우리은행의 임직원 횡령액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735억원으로, 은행권 중 최다를 기록해 내부통제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달 30일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라 55억원이 넘는 금융사고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우리금융을 둘러싼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연이은 금융사고는 직원 관리를 소홀히 한 내부통제 문제뿐 아니라, 과거부터 이어져 온 다수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당한 지시가 있더라도 상급자의 눈치로 제대로 시정되지 못하는 조직 문화, 과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간 파벌 갈등 등의 문제는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장기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거론된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우리은행의 금융사고를 두고 외부에선 내부통제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원 역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해 부실한 내부통제를 지적했다. 금감원은 “전직 지주회장 친인척에 대한 대규모 부적정 대출 취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한 사실이 없는 등 그간 금감원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노력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어 “금융사고 자체뿐만 아니라 금융사고 미보고 등 사후 대응 절차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전반적 내부통제 미작동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부적정 대출 인지 경과, 대처 과정 및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최대한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반복되는 금융사고와 관련해 우리금융의 조직 문화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 8월 12일 개최한 긴급 임원회의에서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 처신,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등이 사건의 원인으로, 이는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끄는 저를 비롯한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며 “상사의 부당한 지시는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런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직원을 조직이 철저히 보호하도록 기업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급자 눈치를 보며 잘못된 판단이더라도 바꾸지 못하는 조직 문화는 20여 년간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의 최대주주로 있으면서 제대로 된 내부 조직 문화가 정착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다른 은행보다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지나친 온정주의와 리스크 검토 미비 등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우리은행 내부에선 과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간의 파벌 갈등이 존재해 각종 문제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는 경영진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특정 출신이 주요 직책을 차지하는 상황이 반복됐고, 조직 내 계파주의 역시 아직까지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끼리끼리, 나눠 먹기 문화가 팽배해 조직에 개혁 의지가 없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선 각종 금융사고와 불건전 영업 행위가 은행의 잘못된 조직문화에서 발생하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은행 조직문화 개선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결제은행(BIS),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것”이라며 “크레디트스위스 파산 위기 사태 등 다양한 운영 실패들이 은행 경영진의 과도한 성과주의 또는 중장기적 리스크 검토 미비에 따른 것이라는 문제의식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신뢰를 망가트리는 임직원 횡령 사고는 금융업권에 대한 믿음을 무너트리는 일”이라며 “대형 사고에 금융사 최고경영자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책무구조도를 조기 도입하고 임직원 윤리교육과 내부고발자 보호 제도 등을 도입해 금융사고 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