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제한하자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가계부채와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7일 기준 731조689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730조9671억원에서 7221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급감했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금융당국의 대출 억제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했고 은행권은 주담대 금리 인상, 다주택자의 주담대 취급 제한 등 대출 억제 조치를 내놨다.
그 결과 이달 17일까지 주담대는 997억원(574조5764억원→574억6761억원)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9월(+5조9148억원) 증가 폭에 비해 1.7%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주담대 금리가 오른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은행 주담대 금리는 일주일 새 오히려 증가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고정형 상품 금리 하단은 4%대까지 올라섰다. 지난 18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150~5.720%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주담대 금리가 오른 것은 시장금리 하락이 대출 금리에 일정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이다. 또, 최근 금리 조정을 서두르지 않는 은행권의 분위기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달 들어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7일 기준 104조116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103조4571억원에서 6594억원 증가한 규모다. 신용대출은 지난달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8월 한 달 동안 8495억원 급증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전월 대비 9억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이달 들어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DSR이 시행되고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주담대 대상과 한도를 제한하면서 신규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마이너스 통장도 증가 추세에 있다.
더불어 청년층은 신용 관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상대적으로 대출 절차가 간편한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이를 갚지 못한 20대가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은행 3사의 8월 말 기준 신용대출 연체액은 3944억원으로, 2021년 말(675억원) 대비 약 484% 증가했다. 20대 이하의 신용대출 연체액은 같은 기간 82억원에서 443억원으로 약 440% 늘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케이뱅크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20대 이하 차주의 연체율은 4.05%였다. 다른 연령대를 보면 30대(1.98%), 40대(1.63%), 50대(1.86%) 등은 1%대로 20대 이하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런 추세는 다른 인터넷은행에서도 확인된다. 카카오뱅크의 8월 말 기준 20대 이하 신용대출 연체율은 2.09%로, 전체 연령대 평균(1.03%)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토스뱅크에서도 20대 이하 신용대출 연체율은 8월 말 기준 1.75%로 2022년 말(1.48%)보다 올랐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에서 케이뱅크의 20대 연체율이 타사의 2배 이상을 기록한 것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연계계좌 보유고객의 비중이 높은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의원은 “인터넷은행의 간편한 대출 절차와 접근성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청년들이 과도한 대출을 쉽게 받게 해 심각한 금융 리스크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청년들이 무리하게 대출받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고, 금융당국은 금융 교육과 상담 서비스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