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넘어 열정으로 하나되다.’
토요타 야리스 레이싱카가 굉음을 내지르며 용인스피즈웨이에 등장했다. 날렵한 드리프트 퍼포먼스를 선보인 해당 차량에서 내린 이들은 놀랍게도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토요타그룹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었다. 평소 레이싱 마니아인 아키오 회장이 직접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첫 공식 만남이기도 해 앞으로의 두 회사의 협력에 기대가 쏠린다.
정의선 회장과 아키오 회장은 27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양사가 모터스포츠문화 발전을 위해 기획한 것으로 특히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만남으로 양사가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수소차 분야와 로봇 등으로 협력 분야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와 토요타의 협력 분야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수소차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차와 2위인 토요타는 수소차 분야에서 협력하면 수소 생태계 구축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전기차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수소 충전소 등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 속도가 더딘 수소차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의 만남 이후 현대차와 토요타가 수소차 공동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감지된다. 수소차 시장 1·2위 완성차 업체가 기술력을 더욱 집약해 상품성을 극대화한 수소차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현대차와 토요타가 로봇 분야 협력을 더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양사는 이미 로봇 분야 협력에 착수한 상태다. 현대차그룹 로봇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토요타그룹에서 연구개발을 맡는 토요타리서치연구소(TRI)가 인공지능(AI) 기반 범용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개발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다.
양사는 지난 16일 미국에서 공동 성명문을 내고 로봇 개발 협력을 밝힌 바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에 TRI의 대형 행동 모델(LBM) AI를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두 회장의 만남으로 로붓 협력 범위는 더 넓어질 수 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용인스피드웨이의 주인이기도 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내년 WRC 공식협찬사로 나설 한국앤컴퍼니그룹 조현범 회장이 방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과 아키오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처음 만나는 만큼, 이번 만남은 일종의 세리머니이고 이미 양사는 미래 사업 분야에서 광범위한 협력에 나서기로 합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용인=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