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예금이자부터 낮춰 ‘이자 장사’ 비판 나와

-금리 인하 전부터 예적금 금리↓…5대銀 2%대 하락
-주담대는 전월比 01%p 상승…"땅짚고 이자 장사"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낮추면서 시중은행은 수신금리를 빠르게 내리고 있다. 하지만 여신금리는 오히려 인상해 예대금리차를 키우면서 ‘이자 장사’를 벌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현재 연 2%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상품별로 보면 지난 25일 국민은행 KB스타 정기예금 2.50%,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2.60%,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2.65% 등 수준이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전부터 예·적금 이자를 내렸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하면서 선제적으로 낮췄다. 실제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 3.5%일 때부터 이미 주요 정기예금의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금리가 3.3~3.4%대를 기록했다.

 

 한은이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내리면서 은행 예·적금 금리는 더 떨어졌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3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시중은행 중에선 처음으로 예·적금 금리를 내렸다. 거치식 예금 금리를 0.25~0.40%포인트 내렸다. 적립식 예금 금리는 0.25~0.55%포인트, 청약 예금과 재형저축 금리도 각각 0.25%포인트 낮췄다. 

 

 우리은행도 적립식 예금인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 금리를 기존 2.20%에서 2.00%로 0.20%포인트 내렸다.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역시 수신금리를 내리면서 시중은행들도 뒤따라 낮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시중은행에 자금이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주요 수신 상품 금리를 0.15~0.35%포인트 인하했다. 경남은행도 비슷한 시기에 예·적금 금리를 최대 0.75%포인트 내렸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예·적금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며 “다른 은행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여신상품 금리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지난 25일 기준 3.74~6.14%로 조사됐다. 지난달 말 3.64~6.15%에서 하단이 0.10%포인트 상승했다.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 8월 평균 0.57%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0.43%포인트에서 약 0.14%포인트 오르며 넉 달 만에 확대 전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선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대출금리를 낮출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영업을 자제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예금을 더 받아도 비용만 늘어나기 때문에 예금을 유치할 이유가 없다”면서 “대출금리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쉽게 금리를 낮출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은행을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이 고공행진 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이자 장사를 벌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의 3분기 순이익은 1조614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7.9% 증가했다.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한 4조3953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달성했다.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985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4% 뛰었다. 우리금융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조6591억원을 올려 지난해 연간 실적을 3분기 만에 초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 확대를 경계하고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 부담이 여전히 제기되는 만큼 대출금리 인하는 당장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1일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될 수 있도록 예대금리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해달라”고 당부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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