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해외 증시 등에 투자하는 ‘투자 이민’이 늘어나고 있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동안 달러가치는 큰 폭으로 오르면서 미국 주식으로 일부 마이너스를 보더라도 환차익에 따른 보전이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식을 통해 70%가 넘는 높은 수익을 거두면서 투자 이민 규모에 눈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키움증권이 개인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8일 종가 기준으로 엔비디아와 메타(페이스북 모회사)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73%와 68%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들이 매수하는 상위 종목으로 꼽히는 엔비디아와 메타는 지난 8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각각 147.63달러, 589.3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개인 고객들이 매수한 평균 단가는 이보다 크게 낮은 85.37달러, 349.89달러로 나타나면서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애플(48%), 테슬라(43%), 아마존(34%), 구글(35%), 마이크로소프트(30%) 등 미국의 대표 기술주로 불리는 ‘M7(매그니피센트 7)’ 종목을 매수한 투자자들 모두 30%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다. M7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47.2%로 나타났다.
수익과 손실을 낸 투자자 비율을 살펴보면 엔비디아(99%), 아마존(99.2%), 애플(96.9%)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은 대부분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마이크로소프트(88.8%), 구글(95.4%), 메타(97.9%), 테슬라(95.4%) 등 종목도 90% 가까운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학개미들은 최근 환율 급등에 환차익까지 더해지면서 평소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외환시장이 출렁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0일 시중은행·외국계 은행 자금 담당 임원들을 불러 외환 부문 리스크를 점검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향후 외환시장과 외환 자금 시장 전망을 청취하고,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 부문 영향과 대응 계획을 논의한다. 은행별로 외화유동성 상황을 평가하고 관리 계획도 의논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의 외환 시장 불안과 별개로 외화 자 금시장에서 차환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달러 유동성 역시 양호한 상황”이라면서도 “원·달러 환율 수준이 추가로 높아지면 자금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시장 일별 모니터링을 강화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원·달러 환율은 환율 방어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을 돌파한 이후 1390~1400원 초반대에 움직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 5일 1370원대 수준이었지만, 트럼프 당선 직후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내면서 지난 13일 장중 1410원을 넘어 2년여 만에 최고치를 다시 썼다. 나아가 트럼프 내각 구성이 연이어 발표되고, 관세 정책과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의 정책이 현실화에 다가서면서 1400원 재돌파에 대한 경계가 사라지지는 않고 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