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을 결심하는 분 중, 돈이 없어서 개인회생/파산하는 것인데, 변호사 수임료, 법원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냐고 문의하는 분들이 계신다. 맞는 말이다. 당장 원리금 갚을 돈도 부족해 연체 위기에 몰렸는데, 한두 푼도 아니고 백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개인회생 파산을 전문적으로 하는 일부 사무실에서는 수임료 대출을 알선하며, 수임료를 대출받아 납부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임료 대출받아 변호사 비용 납부, 과연 괜찮을까?
수임료 대출을 받게 되면 보통은 해당 사무실과 연계된 대부업체 등을 통하게 된다. 신용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대부업체를 통한 대출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대출수수료 및 이자는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다.
2024년 대부업법상 최고 이율은 연 20%가량으로 대부분 최고 이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고, 수임료 대출 채권은 채권자 목록에서도 빠지기 때문에 의뢰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개인회생을 진행하게 되면, 소득에서 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모두 변제에 투입되어야 하는데, 2024년 현재 1인 가구의 생계비는 월 133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즉, 월 133만 원으로 1달 생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수임료 대출금도 함께 변제해야 한다면 현실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고, 개인회생의 변제금을 납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개인회생 수임료 대출을 받은 사람들 중 변제금을 미납해 개인회생이 폐지되는 경우가 매우 많으며, 빠듯한 최저생계비에서 추가로 대출금을 납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개인회생 수임료 대출은 큰 어려움 없이 금전을 융통할 수 있어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이지만, 개인회생이 통과되더라도 과도한 부담으로 남아 개인회생 완주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가급적이면 수임료 대출이 아닌 분납 결제 등을 통해 개인회생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당장 돈이 없는데, 분납은 어떻게 가능하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다. 개인회생을 진행하고자 한다면 최소 3~4개월 동안은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 공백기가 발생한다. 변호사에게 개인회생을 의뢰한 시점부터는 법원의 관리하에 변제계획안에 따라 변제를 하면 되는데 최초 변제금을 납부하는 시기는 개인회생 신청서 접수 후 약 3개월 이후 시점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월에 개인회생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한다면 보통 4월 말 또는 5월 초 정도부터 첫 변제금을 법원에 납부하게 된다. 그렇다면 최소 3~4개월가량은 채권자들에게 돈을 갚지 않는 것이므로 이 시기에 채무자는 월수입을 온전히 확보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일부 금액을 수임료로 분할하여 납부한다면, 어렵지 않게 수임료를 지급할 수 있다.
법무법인 에이파트 김훈찬 회생파산센터장은 “사건의 수임만을 위해 수임료 대출을 알선하는 사무실은 적어도 의뢰인을 위하는 사무실일 수 없다. 수임료 대출을 받게 되면, 개인회생 인가 결정이 나더라도 변제금을 납부하기 어려운 상황이 처할 수 있고,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의뢰인에게 대출을 권유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회생은 채무자가 경제적 자립을 위해 진행하는 것인 만큼 개인회생의 진행에도 불구하고 대출채무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개인회생의 의의에도 반한다”며 “또 다른 빚을 만드는 수임료 대출만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혜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