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용무를 말씀해 주세요.” 은행 창구에서 흔히 듣는 말이지만 신한은행 ‘AI(인공지능) 브랜치’에선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사람 은행원이 아닌, 스크린에 나타난 AI 은행원이 인사를 건네고, 용건을 묻는다. 로봇이라고 딱딱한 말투가 아니다. 실제 은행원처럼 부드럽고 친절하게 말한다.
신한은행은 최근 AI 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영업점 ‘AI 브랜치’를 서울 중구 서소문에 열었다. 기자는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영업 방식을 체험하기 위해 21일 신한은행 AI 브랜치를 찾았다.
AI 브랜치가 기존의 영업점과 다른 점은 실제 은행원을 대신해 AI 은행원과 디지털 기기들이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이다. AI 은행원이라고 캐릭터나 가상인물이 아니다. 실제로 일하는 우수직원을 모델로 개발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거부감을 최소화하고자 신뢰를 느끼도록 친숙한 말투와 행동을 학습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달러를 환전하고 싶어”라고 AI 번호표 키오스크에 말하자 AI 은행원이 “SOL뱅크 앱에서 환전한 외화를 찾으러 오셨나요?”라고 확인을 거친 후 종이번호표를 발급했다. 일반 영업점에 가면 청원경찰 등이 번호표를 뽑아주지만, 이곳에선 AI 은행원에게 창구 안내를 받고 계좌 및 체크카드 신규 개설, 외화 환전 등 자주 처리하는 업무를 AI 창구에서 처리할 수 있다. AI 브랜치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업무는 영업점 안쪽에 있는 일반 창구로 안내된다.
AI 번호표 뒤편엔 일반 은행창구와 마찬가지로 대기 공간이 마련돼 있었고, 그 앞으로 AI 창구 2곳이 있었다. 향후 이 공간은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번호가 호출되면 AI 창구 내부로 들어가면 된다. AI 창구에는 AI 은행원이 응대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디지털데스크’가 놓여 있었다. 디지털데스크에 등장한 AI 은행원은 고객이 환전을 위해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고 업무를 진행했다. 본인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넣었고, 추가적인 인증도 요구했다. 계좌번호 인증을 선택했는데,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거친 후였기 때문에 계좌번호 비밀번호만 입력해 추가 인증을 완료했다.
“환율 우대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질문하자 3~4초 뒤 “미국 달러, 일본 엔, 유로는 90%의 우대율이 적용됩니다. 중국 위안은 50%의 우대율이 적용됩니다”라고 AI 은행원이 답했다. 용무와 관계없는 질문에도 대답을 해줄지 궁금해 “알쏠 적금 우대금리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우대 금리와 우대 조건 등을 설명해 줬다. 환전 통화를 선택하고 다시 한번 본인 확인을 거치면 휴대전화로 인증번호가 메시지로 온다. AI 창구 옆에 설치된 외화출금 ATM에서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실물로 외화를 찾을 수 있다.
스크린을 통해 만난 AI 은행원은 ‘AI’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현실성은 부족했지만,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고 응대 속도도 빨랐다. AI 은행원에는 신한은행이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이 적용됐다. AI가 고객 업무와 관련한 데이터를 점진적으로 학습하고 스스로 성능을 개선하도록 설계됐다. 이로써 고객들은 기존 디지털데스크와는 달리 AI 은행원과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상담하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AI 브랜치 한편에는 향후 은행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AI 기술들을 테스트하는 ‘AI LAB’ 공간도 마련돼 있다. 홀로그램 등 미래 기술을 체험해 볼 수 있으며 신한 퓨처스랩 기업 등 스타트업들도 참여해 AI 기술을 테스트하는 오픈 플랫폼 공간이다. 이 관계자는 “각종 AI 기술을 개발하는데, 현장에서 적용도 해보고 실전에선 어떠한 부분이 개선돼야 하는지 등을 파악하려고 실험 공간을 마련했다”며 “AI 은행원을 더욱 발전시키고 금융서비스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여 고객 경험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한은행 AI 브랜치는 토요일, 공휴일 포함 36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업무 시간을 확대해 운영 중이다.
글·사진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