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반 동안 화재 사고만 9건 발생한 포항제철소를 향한 포항시민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피해 소송까지 준비 중이다.
25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18분쯤 포스코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에서 폭발에 이은 화재 사고가 발생했고 소방 당국이 출동해 약 2시간 만에 불길을 잡았다. 해당 공장은 2주일 전인 지난 10일에도 폭발 및 화재로 공장 근로자 1명이 화상을 입었으며 시설 파손으로 쇳물 생산이 중단된 곳으로, 19일 공장 운행을 재개한 지 닷새 만에 또다시 사고가 났다.
회사 측은 용융로 외부 손상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도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3파이넥스공장은 연간 200만t 규모의 쇳물을 생산하는 시설로 지난 2014년 준공했다. 현재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전체 쇳물의 약 10%를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 수요 부진으로 기존 공장 가동률이 100%에 미치지 못한 상태여서 전체 포스코의 철강 제품 생산∙수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번 사고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2주 만에 반복된 폭발·화재 사고로 포스코의 안전관리에 구멍이 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장 근로자는 물론, 인근 시민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한 포항시민은 “2주 만에 같은 공장에서 똑같은 사고가 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일갈했다.
비단 이번 달만 그런 게 아니다. 올해만 포항제철소 공장에 5차례 불이 났다. 1월26일 선강지역 통신선, 2월15일과 29일 각각 석탄 운반 시설, 원료 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서 잇달아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12월23일 용광로(고로) 주변 전선에 불이 붙어 발생한 정전으로 2~4고로 가동이 중단된 사고와 그보다 이틀 전 사일로(원료 저장고)의 철광석 컨베이어벨트 화재 사고를 합치면 최근 1년 사이에만 무려 7차례에 이른다.
기간을 좀 더 늘리면 지난해 4월18일과 27일 3고로 인근 부대설비인 코크스 오븐 가스(COG) 승압장치, 3파이넥스공장 인근 원료 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불이 난 사고까지 더할 수 있다.
2023년 이후 급격히 늘어난 포항제철소 공장의 화재 사고에 또 다른 시민은 “포항제철소의 오래된 시설은 작동된 지 50년이 넘은 것 아닌가. 보수나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포항청년환경연대에서 포스코 상대 피해보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포항 일원에 공장 폭발 및 화재 사고의 피해자와 소송인단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걸린 상태. 이날 다시 반복된 화재로 해당 소송 준비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 지역 관계자는 “2017년 발생한 포항 지진의 피해자 소송이 올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것과 맞물려 제철소 공장 화재 소송 역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천시열 포항제철소장은 25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화재 사고로 인해 많은 걱정과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명확한 원인 규명 및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고 모든 과정은 신속하고 투명하게 처리하겠다. 포항시민 여러분과 임직원께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