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 3대 핵심 수출 인프라로 떠오른 초대형 냉방기 칠러 수출 확대에 속도를 낸다. 칠러 사업을 3년 내 매출 1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게 LG전자의 포부인데, 정부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차질없이 목표 달성을 추진한다는 각오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은 2일 경기 평택시 소재 LG전자 칠러 공장에서 수출현장 지원단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칠러 생산라인을 시찰했다. 양측은 글로벌 AI데이터센터 열관리 사업을 주도하기 위한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데 의견을 모았다.
LG전자는 안 장관에게 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부의 협력을 요청했다. 이 본부장은 “칠러는 LG전자의 B2B 성장을 끌어온 냉난방공조(HVAC) 사업의 중요한 축”이라며 “정부와의 협업과 소통을 강화해 AI시대 칠러 사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해외 데이터센터 냉각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업계 내 적극적인 협업도 제안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데이터센터 3대 핵심 수출 인프라로 ▲냉각 시스템 ▲고대역폭 메모리(HBM) ▲전력 기자재를 선정하고 업계와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해 왔다. 안 장관도 “우리 기업의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과 냉각 시스템 경쟁력 강화를 총력 지원하겠다”면서 “칠러, 항온항습기 등 냉각시스템에 대해 연말까지 총 3500억원의 수출보험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가전 구독, OS 플랫폼과 함께 칠러를 주요 신성장 동력으로 꼽고 해당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칠러는 냉매로 물을 냉각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들고 대형 건물 등에 냉방을 공급하는 설비다. 주로 대형 건물이나 공장과 같은 산업시설에 설치된다. 최근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크게 늘어 기존 냉각 시스템으로는 효율적으로 열을 관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칠러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3년 새 LG전자의 칠러 사업 연평균성장률은 15%를 넘어선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규모는 지난해부터 연간 10.9%씩 성장해 오는 2030년 약 4373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의 열을 관리하는 냉각시장은 오는 2030년 17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인베스터포럼에서 “칠러 사업이 3년 내 유니콘 사업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LG전자는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칠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대용량 제품인 터보 칠러 분야에서는 국내 1위, 글로벌 5위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이 회사 글로벌 칠러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게 대용량 공랭식 칠러에 무급유 자기베어링 기술을 적용하는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칠러 등 건물에 설치된 냉난방공조(HVAC) 설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제어·관리하는 BMS(건물 관리 시스템), BEMS(건물 에너지 관리 시스템)와 같은 통합 솔루션까지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