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의 비상계엄으로 온 나라가 충격과 분노에 빠진 가운데 4일 저녁 전국 각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와 궐기대회가 이어졌다.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촛불집회는 ‘박근혜 탄핵 정국’이던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비상계엄의 아픔이 서린 광주에서는 1300여명 시민이 옛 전남도청 앞인 5·18 민주광장에 집결했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여한 젊은 시민은 “아버지 세대가 민주화운동을 통해 피 흘리며 이룬 민주주의를 현직 대통령이, 그것도 대단치도 않은 이유로 짓밟았다”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제주 4·3 항쟁으로 1947년부터 근 10년 간 비상계엄의 한이 서린 제주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제주시청 앞에 모여 촛불을 들거나 휴대전화 플래시를 이용해 불을 밝히며 “윤석열은 퇴진하라”, “내란 주범 즉각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를 추진한 단체 ‘윤석열 정권퇴진·한국사회 대전환 제주행동’에 따르면 참석자는 900여명에 달했다.
8년 전 탄핵 정국 당시 수많은 인파가 모인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도 ‘윤석열 퇴진 시민대회’가 열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어우러져 이날 저녁 6시부터 “윤석열은 퇴진하라”, “퇴진광장을 열어내자”, “국민주원 실현하자” 같은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이 추산한 참가 인원은 1만명, 경찰의 비공식 추산 인원은 2천명이다. 여의도 국회에서도 범국민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부산에서도 부산대학교 교수회 및 부산시의사회가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과 성명서를 낸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도 진구 서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주최측 추산 2000명이 모여 비상계엄 사태를 빚은 윤 정권의 퇴진을 외쳤다.
대구 역시 이날 동성로에서 ‘대구시민시국대회’를 열었다. 시민단체의 리드 속에 시민들이 모여 윤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를 가졌다. 대전과 충남 천안도 각각 갤러리아백화점 앞과 천안종합버스터미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강원도 춘천 역시 거두사거리 일대에서 촛불집회가 열려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렇듯 전국에서 집회가 열리는 동안 별다른 마찰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