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구원투수, 16년 만에 ‘10조 증안펀드’ 투입할까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국내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가동 의지를 밝히면서 투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투입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12일 오전 10시 전후로 코스피는 상승 폭이 축소되며 불안정한 상황이 나타나 2008년 이후 16년 만에 증안펀드가 투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시장안정 조치는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와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이 포함된다. 증안펀드 투입은 계엄 해제 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언제든 투입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증안펀드는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 심리가 위축됐을 때 시장안정을 목적으로 매수하는 펀드를 말한다. 주로 금융위기나 비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시행되며 기금은 증권사, 은행 등 금융회사와 증권 유관기관이 마련한다. 

 

이에 시장은 증안펀드 투입 시점과 규모에 대해 시선이 쏠리고 있다. 증안펀드 규모는 시총 대비 크지 않아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증안펀드가 투입된 건 금융위기 때인 2008년이 마지막으로, 당시 정부는 증안펀드로 조성된 약 5010억원 중 1030억원을 증시에 투입했다. 투입한 당일 코스피는 5.80% 상승 마감했고, 연말까지 약 한 달 사이 18.5% 상승했다. 하지만 증안펀드 때문에 주가가 반등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시 증안펀드 규모가 시총 대비 0.1%로 작았고 시기적으로도 11월 25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채권과 주택저당증권(MBS) 인수계획을 발표하면서 증시가 반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코스피가 1400선까지 떨어졌던 2020년, 정부는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 조성을 발표했으나 실제로 투입되진 않았다. 이는 시총 대비 0.7%에 불과한 규모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안펀드의 실제 운용과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지만, 일각에서는 ‘많이 빠졌다’를 판단할 근거로 서킷브레이커 발동과 같은 조건이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16년 만에 증안펀드가 실제로 투입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로 ‘국내증시의 나 홀로 부진 장기화’로 꼽으며 “국내증시의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 강도는 거의 23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증안펀드 실제 집행 시나리오 하에서는 시총 비중이 크면서 거래대금이 적어 증안펀드 수급으로 탄력적 반등이 가능할 수 있는 반도체, IT가전, 자동차, 조선 등 업종이 유리할 전망”이라고 더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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