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연말 대출관리 강화...내년 초부턴 점차 풀릴 듯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 자동입출금기(ATM)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은행권이 연말을 앞두고 대환대출 중단 등의 조치를 시행하면서 여신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가계대출 증가 폭도 진정되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은행에서 비대면 상품 판매를 재개하면서 내년부터 대출 문턱이 차츰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5년 주기·혼합형)는 지난 13일 기준 연 3.34~5.74%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11월29일) 기준 3.54~5.94%에서 상단과 하단이 0.20%포인트 내려간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2차례 연속 인하했다. 이후 하락하는 시장금리를 반영해 은행 대출금리도 서서히 내려가는 모습이다.

 

 실제로 주담대 고정금리 기준이 되는 금융채(무보증·AAA) 5년물 평균금리는 13일 기준 2.941%로 나타났다. 지난달 12일 기준 3.243%에서 한 달 새 0.302%포인트 하락했다.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3.35%로 전월보다 0.02%포인트 내렸다.

 

 이러한 추세에도 대출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미미하다. 올해 대출총량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들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라는 금융당국 주문에 발맞춰 우대금리를 낮추고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높이를 유지해 왔다. 이어 비대면 대출 중단과 타행에서의 대환 제한 등의 조치를 이어가며 신규 수요자들의 진입 문턱을 올려둔 상태다.

 

 하나은행은 지난 9일부터 타금융기관 대환 목적의 주담대,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 차원에서 지난 4일부터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 항목을 최대 1.4%포인트 폐지했다.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을 포함한 8종의 상품의 금리가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우리은행은 연장·재약정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된 우대금리도 최대 0.5%포인트 축소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도 주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733조338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732조812억원)과 비교해 1조2576억원 확대된 규모다. 10월 증가분도 이와 비슷한 1조1141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 효과가 나타나면서 대출이 급증했던 7월 7조1660억원, 8월 9조6259억원, 9월 5조6029억원과 비교해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비대면 가계대출 판매 중단 등과 같은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주택거래 감소에 따른 가계대출 수요도 축소하면서 가계대출 증가폭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새해가 되면 새로운 대출 한도가 적용되는 만큼 일부 은행에서 비대면 가계대출 창구를 열고 있다.

 

 신한은행은 17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은 생활안정자금 목적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대출실행은 내년 1월2일부터 가능하다. 플러스모기지론(MCI) 취급과 대출 모집인 접수도 재개한다. 전세자금대출은 신규 분양 물건지(미등기) 취급을 재개한다. 신탁 등기 물건지는 제외된다. 1주택 보유자 전세대출 취급도 재개한다. 신용대출은 내년 2일부터 소득 대비 한도율 제한(연소득 100% 내)을 해제한다. 비대면 대출도 재개한다.

 

 기존 ▲주담대 대출기간 만기 제한(30년)과 ▲유주택자의 신규구입 목적 주담대 취급 중단(당일 처분조건부 가능) ▲전세대출 조건부(소유권 이전·선순위 채권 말소) 취급 중단 등은 유지된다.

 

 하나은행도 지난 12일부터 내년 1월 이후 실행 예정인 비대면 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판매를 재개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 대상 안정적인 금융 공급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이전처럼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계속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오는 23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등 비대면 부동산 금융상품 8종의 판매를 재개한다. 원래 비대면 상품 판매 중단 기한은 이달 8일까지였다. 하지만 대출 관리를 위해 중단 기한을 22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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