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도 손뗀다…메타버스 열기 급랭 이유는?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에 집중하기 위해 소셜 메타버스 이프랜드 사업을 접는다.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이프랜드를 이용하는 모습. SKT 제공

 SK텔레콤의 소셜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ifland)’가 론칭 4년여 만에 종료된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컴퍼니’라는 회사의 비전에 힘을 싣기 위해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KT에 앞서 많은 기업이 메타버스 서비스를 접고 AI에 몰두하고 있다. 향후 제반 기술이 발전하면 메타버스 사이클은 다시 돌아올 수 있으나, 현재는 AI 흐름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17일 IT업계에 따르면 SKT는 이프랜드 내 공지를 통해 내년 3월31일자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신규 가입과 인앱결제가 중단됐으며, 오는 23일에는 플랫폼 내 유료 재화 ‘스톤’ 사용이 종료된다. 대신 포인트를 통해 무료로 아이템을 즐길 수 있도록 변경할 예정이다. SKT는 서비스 종료 시점까지 스톤·아이템 등 유료 구매 건을 전액 환불 처리하고, 사용자 요청 시 사진과 영상 등 데이터 백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프랜드는 2021년 7월14일 출시 이후 약 1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870만 건을 기록했다. 이프랜드는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메타버스 플랫폼 중 가장 많은 131명 동시접속을 지원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모임 수요를 끌어모았다. 비대면 모임뿐 아니라 메타버스 콘서트∙오디션을 개최하고 메타버스 캠퍼스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국내 선도적인 위치에 있던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를 위협할 만한 수준이었다. 올해 3월 말 기준 이프랜드 이용자 수는 236만명이다.

 

 지난해 2월 열린 ‘MWC(모바일 월드 콩그래스) 2023’ 당시만 해도 유영상 SKT 최고경영자(CEO)가 주요 국가의 IT·통신 기업 수장들과 만나 이프랜드 관련 사업 제휴를 맺으며 해외 시장 진출에도 관심을 쏟았다. 하지만 올해 MWC에서 SKT는 AI를 주요 화두로 삼아 관련 기술을 전시했다. 특히 글로벌 주요 통신사들의 연합인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 회원사 간의 관계 도모에 힘썼다.

 

 SKT 관계자는 “그동안 축적해온 메타버스 역량을 AI 경쟁력 강화에 활용함으로써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KT도 올해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라운지’와 ‘지니버스’를 종료했다. LG유플러스는 키즈 메타버스 플랫폼 ‘키즈토피아’를 지난해 5월 출시해 운영 중이지만, 기업용 메타버스 서비스 ‘메타슬랩’ 출시는 미뤄지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 모두 AI 기업으로의 전환에 매진하겠다는 복안이다. SKT는 ‘에이닷’의 AI 기능을 고도화해 나가고 있으며, LG유플러스는 AI 통화 비서 ‘익시오’를 론칭했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안현철 국민대 경영정보학부 교수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메타버스 시대가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많은 자금과 인력이 메타버스 시장에 몰리게 됐다”며 “다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기술이 성숙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가상현실(VR) 기기와 AI 기술이 발전해 만나는 지점이 오면 메타버스 시대가 올 수도 있다”면서도 “지금은 메타버스가 아닌 AI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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