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동의 봄 기대하는데... 건설업계, 중동 리스크 예의주시

2024년 1분기 해외건설 지역별 수주 현황. 해외건설협회 제공

 중동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고, 13일에는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해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19일 이스라엘이 다시 이란 본토에 대한 재보복을 시도했다. 이란 정부는 “만약 이스라엘이 추가 공세를 한다면 즉각적이고 최대 수준의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5차 중동 전쟁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 시장 불황을 피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특히 중동은 국내 건설사들에 ‘기회의 땅’이다.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 수주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83개 건설사가 올해 1분기 전 세계 63개국에서 171건의 수주를 따내 55억2000만 달러(약 7조6286억원)의 누적 해외수주액을 기록했다. 중동 지역 수주액은 24억 달러(약 3조3096억원)로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카타르 알 샤힌 유전 고정식 해상플랫폼(11억5000달러), 사우디 SEPC 에틸렌 플랜트(5억 달러), 오만 마나1 태양광 발전(1억3000만 달러), UAE 크릭 워터스 주택(2건, 2억2000만 달러) 등을 수주하며 전년보다 수주액이 93.3%나 증가했다.

 

허윤홍(앞줄 왼쪽) GS건설 대표와 야흐야 아부샬(앞줄 오른쪽) 아람코 부사장이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 알코바에서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GS건설 제공

 여기에 지난달 말 삼성E&A와 GS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와 서명식을 진행한 ‘파딜리 가스전 프로젝트’ 수주금액은 반영되지 않았다. 삼성E&A(60억 달러)와 GS건설(12억2000만 달러)의 수주액을 고려하면 올 1분기 총 해외수주 누적금액은 127억4000만 달러(약 17조564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에 이른다.

 

 올해 중동 건설시장 전망도 밝다. 중동건설전문지 MEED에 따르면 2023년 중동 건설시장은 역대 최고인 2537억 달러(약 349조8500억원)의 계약액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IHS Markit은 중동 건설시장이 지난해보다 10.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관합작투자사업(PPP) 계약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중동지역의 PPP 계약액은 2022년 계약액인 181억 달러(약 24조3988억원)보다 17.7% 증가한 213억 달러(약 28조7081억원)를 기록했다.

 

 ‘제2의 중동붐’을 기대하는 건설업계는 이스라엘-이란 사태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향후 확전 여부에 따라 중동 건설 공사와 신규 수주 활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원자재 수급 불안과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 인상 등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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