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가상자산 시장 법제화 및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증권업계에서도 가상자산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2030세대 투자자들의 가상화폐 투자가 늘면서 디지털자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도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분야를 도입하려는 요인 중 하나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현재 가상자산 수탁 전문회사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그룹은 법인 설립 추진과 함께 자회사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증권형토큰(STO) 등 디지털자산 서비스 개발과 기획·운영·전략 분야 경력직 채용도 진행 중이다. 채용 대상자는 향후 설립될 신규 가상자산 전문회사에 소속될 예정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이달 말에서 내달 초를 목표로 블록체인 기술기업, 은행 등과 신설 합작법인도 설립할 계획이다. 사업 모델인 ‘코인은행’은 기업의 가상화폐와 NFT를 관리하는 서비스다.
SK증권은 올 초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 ‘펀블’과 업무협약(MOU)을 통해 STO사업에 진출했다. 현재 SK증권 고객은 펀블 플랫폼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DABS) 거래가 가능하다. DABS는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유통·청산 등 시스템 전 과정에 참여하는 한국형 STO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STO 개발·운영 업무를 담당할 해외 석박사급 인재 채용 공고를 낸 적이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작년 2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지분 6.14%(206만9540주)를 인수했다. 가상화폐 공시 플랫폼 ‘쟁글’의 크로스앵글에 4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IPS본부 내 WM리서치챕터에 디지털 자산 전담 애널리스트를 영입했다. 가상자산 관련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면서 크립토커런시, NFT를 비롯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전략을 등 분석 업무를 수행한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11월 유진투자증권에서 암호화폐, NFT, 블록체인 등을 담당하던 김열매 수석연구원을 영입해 리서치센터를 보강했다.
증권업계에선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가상자산 분야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규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장규모는 55조2000억원이다”며 “NFT나 메타버스를 비롯해 스테이킹과 같이 블록체인 기술 활용한 비즈니스가 많아지고 투자방식이 다변화되면서 신규 투자자 유입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가상자산 분야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분야를 도입하려는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다만 가상자산 관련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시스템 운영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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