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감산에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 겹치면… 물가 상승폭 또 커진다

휘발류 가격이 4개월 만에 다시 리터당 1600원 선을 넘어섰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 한 주유소에서 소비자가 주유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휘발유 판매 가격이 4개월 만에 다시 1600원을 넘어선 가운데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4월 첫째주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7.3원 상승한 리터(ℓ)당 1600.9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1600원 선 아래로 떨어진 이후 약 4개월 만에 다시 1600원을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주요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의 예상 못 한 감산 발표에 국제 유가가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경유의 경우 최근 20주 연속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4월 첫째주 전국 평균 경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0.9원 내린 리터당 1520.8원이었다.

 

 이 같은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은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에 따라 더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흐름이다.

 

 정부는 현재 세수 감소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올해 세수는 당초 세입 예산을 잡았던 것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2월까지 세수는 이미 작년 동기 대비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3월분까지 더하면 20조원 이상 구멍이 생기는 상황이다.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현재 시행 중인 한시적 세제 지원 조치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중 하나가 바로 올해로 3년째 시행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 조치다. 기재부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 감소분은 지난해만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즉 유류세 인하 조치를 중단하면 5조원이 넘는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에 따른 반발은 부담스럽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실제 체감하는 물가 상승을 심화되고 있다. 실제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 458개 중 전년 동월 대비 가격이 오른 품목 수는 395개로 86.2%를 차지했다. 최근 물가 상승률 정점을 이뤘던 지난해 7월 가격 인상 품목수 383개보다 많다.

 

 이 가운데 OPEC+의 감산 발표와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가 겹치면 휘발류와 경유는 물론 전체적인 물가 상승률 다시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서민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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