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의 그림자, 신뢰 잃은 금융권] 김득의 “은행 횡령사고 막으려면 CEO에 책임 물어야”

 

 “금융회사에서 반복되는 횡령·배임 사고를 막으려면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내부통제 소홀에 따른 사건 금액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거나 반복 횟수가 잦은 경우라면 행장이나 금융지주 회장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상시로 감시가 이뤄질 수 있다.”

 

 김득의(사진) 금융정의연대 대표(57)는 18일 세계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잊을 만하면 금융사에서 발생하는 횡령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선 최고책임자(CEO)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금융권에서 실시하는 명령휴가제, 순환보직제 등이 횡령 사고를 줄이는 데 나름의 기여는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무엇보다도 행장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은행 김해지점에선 30대 대리급 직원이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를 일으켰다. 경남 김해서부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이 직원을 구속했다. 이를 두고 김 대표는 “대출에 따른 사후점검을 했을 때 100억원 규모의 횡령을 걸러내지 못했다면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우리은행에선 2022년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이 약 8년간 700억원 규모의 회삿돈을 빼돌린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준법감시 관련 조직만큼은 경영진 등 제3자가 개입할 수 없도록 별도 기구로 둬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사 내 파워게임(힘겨루기) 과정에서 준법 조직의 힘이 실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내부통제 관련 조직이 여전히 윗선의 눈치를 보면서 활동하는 구조”라면서 “독립된 준법감시인이라든가, 독립된 기구에서 상시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고선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현 상황이 쉽게 바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준법감시가 여전히 ‘셀프 통제’란 비판이 나오는 만큼, 경영진 책임 강화와 금융당국의 감독 확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자점검시스템 등 상시점검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도 숙제로 꼽았다. 김 대표는 “천문학적인 도입 비용이 들더라도 그 비용이 직원들의 횡령을 예방하고 억제할 수 있다면 아까운 게 아니다. 금융사의 내부통제 강화는 결국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횡령에 따른 처벌 수준을 대폭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횡령액 이상을 물어내도록 하는 이른바 ‘징벌적 환수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위헌 결정이 날지도 모르겠지만 횡령범에 대해선 횡령액의 최소 두 배 이상을 환수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면서 “횡령 유인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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