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19일 시행…코인시장 지각변동] 제도권 들어온 가상자산…달라지는 점은

-이용자 예치금 보호 의무…사업자 분리보관 의무 강화
-거래소 이상거래 감시·조치…행위 적발 최대 '무기징역'

그래픽=권소화 기자

 ‘자산이용자보호법(이용자보호법)’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보호 장치가 얼마나 강화될지 시선이 쏠린다.  

 

 오는 19일부터 가상자산을 불공정하게 거래하다 적발되면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고 부당이익의 2배까지 과장금이 부과하는 등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20개사 로고. 각사 제공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용자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 금융당국 감독·제재 권한 등을 담은 이른바 이용자보호법이 오는 19일부터 시행된다. 

 

 국내에선 최근 몇 년 새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이에 대한 법적 장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 2022년 테나·루나 폭락 사태와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 사태가 일어나면서 가상자산법 제정을 이끌었다. 당시 천문학적인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지만, 현행 자금세탁 방지 중심의 규제로는 대응하기 어려웠고, 피해를 구제하는 데 한계에 부딪히면서 가상자산법이 제정됐다.

 

 우선 오는 19일부터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이용자 예치금 보호 의무가 강화된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이용자로부터 예치받은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분리해 예치 또는 신탁 관리해야 한다. 이는 사업자 신고가 말소되거나 파산했을 때 은행 등 공신력 있는 관리기관이 이용자에게 예치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각사의 원화 예치금을 국내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 계약을 맺고 별도로 관리하는 가상자산 시스템을 구축해 법 시행에 대비했다. 

 

 또한 가상자산 사업자의 가상자산 보관 의무도 확대된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자신의 가상자산과 고객의 가상자산을 분리해 보관해야 한다. 특히 경제적 가치 80% 이상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을 콜드월렛(cold wallet)에 보관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콜드월렛이란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오프라인 가상자산 지갑을 의미한다.

 

 사업자는 가격·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바뀌는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해킹·전산 장애 등 사고가 났을 때 이용자에게 일정 수준의 보상하는 등 책임을 이행하도록 규정화했다. 각 거래소는 이상 거래 상시 감시 및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를 위한 내규를 정비하고 자체적인 이상 거래 상시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등 이용자보호법 이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를 마쳤다.

 

 불공정거래 행위가 금지되면서 불공정거래를 적발하기 위한 감시·조사·제재 업무도 본격 가동된다. 앞으로 금융당국이 조사하고 처벌할 불공정거래 행위 유형은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자기 발행 코인 매매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되면 1년 이상 징역이나 부당이익의 3∼5배 상당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부당이득이 5억∼50억원이면 3년 이상의 징역, 부당이득 50억을 넘으면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 과징금은 부당이득 2배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결정된다. 부당이득 산정이 곤란하면 최대 40억원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부터 가상자산 거래소는 가상자산의 상장 유지 여부를 분기마다 평가해야 한다. 이에 지난 2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20개사와 공동협의체인 닥사(DAXA)는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거래소 간 공통으로 적용할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모범사례에서 제시한 유의종목 지정 및 거래지원 종료 공통 기준에 따라 가상자산의 상장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 이번 모범사례는 참여 거래소가 거래지원 심사에 있어 공동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각 거래소는 이 외에 추가 기준을 자체 마련해 운영할 수 있다. 닥사 관계자는 “이번 거래지원 모범사례 시행이 가상자산 시장의 질서가 확립되고, 이용자의 신뢰가 제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대비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지 못한 영세 사업자는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이용자보호법의 한계를 보완할 자율규제로, 시행 초기에는 일정 부분 혼란이 나타날 수 있으나 시장 내 자정 작용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정량적 기준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이전에는 소홀했던 투자자 보호가 강화됐다는 것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최근 가상자산 거래 자체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등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법 제도까지 시행되면서 대형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의 경우 이를 준수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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