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를 기록하며 뒷걸음쳤다. 마이너스(-) 성장은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이는 순수출이 역성장하고 내수 역시 부진한 가운데 올해 1분기 우리 경제가 1.3%나 ‘깜짝 성장’한 데 따른 기저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국은행이 25일 내놓은 ‘2024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분기 성장률은 2022년 4분기(-0.5%) 역성장한 후 지난해 1분기(0.4%), 2분기(0.6%), 3분기(0.8%), 4분기(0.5%)와 올해 1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 기조를 유지하다가 올해 2분기 들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분기 성장률을 지출항목별로 보면 수출은 자동차,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9% 증가하며 6분기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수입이 원유,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2% 늘며 2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서며 수출을 능가했다.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류 수입이 늘어난 건 그간 내수 업황 부진, 난방 수요 감소 등이 올해 2분기 들어 정상화한 영향이 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정부소비는 물건비를 중심으로 0.7%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교육 등 서비스 소비가 소폭 증가했지만, 승용차 및 의류 등 재화소비 부진으로 0.2%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가 줄어 2.1% 감소했고,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주거용)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1.1% 감소했다.
주요 부문의 2분기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건설투자(0.2%포인트), 설비투자(0.2%포인트), 민간소비(0.1%포인트)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분기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는 각각 0.3%포인트, 0.5%포인트 성장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2분기엔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수입이 증가하면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0.1%포인트)도 5분기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순수출의 올해 1분기 성장기여도는 0.8%포인트를 기록하며 1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올해 2분기 내수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해서 경기가 부진에 빠졌다고 해석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전분기 높은 성장률을 보인 후 기저효과로 다음 분기에 역성장한 경우엔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참고한다든지 두 개 분기를 묶어서 분석해야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성장률은 2.8%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2년 상반기(3.2%)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 국장은 “기저효과에 따른 올해 2분기 역성장은 급격한 IT 경기 위축, 수출 급감 등으로 경기 하강 국면에서 성장률이 낮아지다가 역성장했던 2022년 4분기(-0.5%)와 견줘 질적으로 다르다”고 부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