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4분기 블랙웰 양산…삼성·SK, HBM 싸움에 ”의존도 줄여야“ 지적도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3월 열린 GTC2024에서 신형 AI 슈퍼칩 ‘GB200 그레이스 블랙웰 슈퍼칩’을 소개하고 있다. 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가 올해 4분기부터 인공지능(AI) 슈퍼칩 ‘블랙웰’을 양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출구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엔비디아는 올해 2분기(5~7월) 매출 300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시장에서 예측한 것보다 높은 수치로, 지난해 대비 122% 증가했다. 

 

이날 엔비디아는 AI 슈퍼칩인 블랙웰의 디자인 결함을 인정하면서도 4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또 매출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설계 결함으로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질 거란 우려를 인식하고 입장을 전한 것이다. 

 

이에 따라 블랙웰 등 AI 칩에 HBM 납품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블랙웰 GB200은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인 ‘B200’ 2개와 CPU(중앙처리장치) 1개를 이어 붙인 것으로, ‘슈퍼칩’으로 불린다. 기존 AI 칩인 H100보다 2배 더 많은 16개의 HBM3E가 탑재된다. 가격이 더 높은 12단 HBM3E가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GB200에 들어갈 HBM3E의 물량 수주 경쟁을 앞둔 상태다. 전작인 8단 HBM3E을 엔비디아에 공급 중인 SK하이닉스는 12단 HBM3E 샘플을 엔비디아에 이미 전달했고, 오는 4분기 본격 공급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12단 HBM3E에 대해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검증)를 진행 중이다.

 

양사의 HBM 공급 경쟁 구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제품 출시 시기와 시장의 수요 등에 따라 공급 계획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블랙웰은 이미 디자인 결함이 공식화 됐기에 설계 등 추가적인 결함 발생을 염두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고객사 다변화에 힘을 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삼성전자는 AMD에도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엔비디아 비중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HBM 공급망이 대부분 엔비디아와 관련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엔비디아에 맞춰 HBM 등 차세대 칩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상태다. 애플과 구글 등의 반(反) 엔비디아 움직임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