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운완(오늘 운동 완료)’과 ‘갓생(God+인생)’은 MZ세대를 관통하는 트렌드가 됐다. 동네 수영장은 등록 대기가 밀릴 정도로 인기가 많고, 골프와 테니스를 즐기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음식 섭취에도 변화가 생겼다. ‘마라탕후루’ 대신 ‘저속노화’ 식단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초개인화 헬스케어 플랫폼 ‘필라이즈’는 이처럼 갓생을 사는 MZ세대 사이에서 필수 앱으로 정평이 났다. 필라이즈는 개인건강기록(PHP) 데이터 분석, 초개인화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영양제, 식단, 혈당 등 총 12가지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평소에 챙겨 먹는 영양제 정보를 등록해 매시간 알람을 받을 수 있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 영양제 순위도 확인할 수 있다. 식단, 운동, 혈당 기록까지 등록하면 토탈 헬스케어가 가능하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필라이즈 창업자 신인식 대표는 “필라이즈의 미션은 개인의 특성에 맞춘 초개인화 헬스테크로 건강수명을 늘려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며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영양제·식단·수분·운동·혈당 종합 케어
신인식 대표는 2013년 호텔∙레스토랑 예약 서비스 ‘데일리호텔’을 창업해 6년만인 2019년 9월 여행 플랫폼기업 ‘야놀자’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7년 넘게 쉼 없이 달려온 신 대표는 1년간 휴식의 시간을 가졌는데 공교롭게도 그 해 코로나19가 터졌다. 자연스럽게 건강 관리에 관심이 생긴 시점이었다. 정보통신(IT) 기술을 입혀 식단과 영양제, 활동정보를 간편하게 기록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 아이디어는 여기서 출발했다.
마침 신 대표가 구상한 건강 관리 플랫폼의 경우 시장 내 ‘유니콘’이 없었다. 신 대표는 데일리호텔 론칭 초기부터 합을 맞췄던 윤정원 부대표와 또 한 번 머리를 맞대 서비스 구상을 구체화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창업자인 채효철 이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하며 ‘어벤저스’ 팀을 완성했다.
필라이즈는 초기에 영양제로 시작해 식단 관리, 수분 섭취 트래킹, 걷기 관리에서 최근 혈당 관리까지 서비스를 확장해왔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니즈에 따라 생활 습관을 가이드 해준다.
신 대표는 “영양제를 꾸준히 섭취하기 위해서, 식단 관리로 체중을 감량하거나 근육을 늘리기 위해서, 고혈압이나 당뇨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서 등 필라이즈를 사용하는 목적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며 “사용자 연령대도 폭넓게 포진돼 있다”고 말했다.
◆방대한 데이터에 AI까지 더해
필라이즈는 현재 3만종이 넘는 영양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의 비결은 피나는 노력이다. 신 대표는 “필라이즈 팀은 국내 판매율이 높은 브랜드부터 시작해 초기에 1만여개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등록했다”며 “이후 꾸준히 데이터베이스를 추가해왔다”고 회상했다.
필라이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때 단순히 영양제 이름과 성분만 넣는 게 아니라, 성분 단위를 하나로 통일시키는 작업도 병행했다. 사용자들이 성분을 보다 쉽게 계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신 대표에 따르면 필라이즈 사용자들은 평균 4~5개 영양제를 먹고 있다. 사용자는 양이 부족하거나 과하지 않은지 맞춤 분석도 받을 수 있다.
식단 관리 서비스도 차별화했다. 필라이즈는 단순한 칼로리 계산이 아니라 미세 영양 성분까지 함께 관리해준다. 혈압이 높은 사용자라면 하루에 섭취한 나트륨양이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고 부족한 점과 훌륭한 점은 무엇인지 피드백을 제공한다. 주·월 단위 리포트도 확인할 수 있다. 6월에는 ‘AI 카메라’ 기능을 공식 선보였다. 음식 사진을 찍으면 어떤 음식이고 영양 성분은 어떻게 구성됐는지 알려준다. 정확도는 95% 이상이다.
필라이즈는 또한 인바디로 측정한 체성분 데이터도 확인할 수 있으며 삼성·애플 건강 데이터와도 연동된다. 최근 10년간 건강검진 데이터도 불러올 수 있다.
앱에 생활습관을 기록하는 것만으로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데일리 미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적립한 포인트는 필라이즈 스토어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동기 부여에 적합하다. 이 밖에 영양사, 약사가 집필한 건강 칼럼과 1대1 질문 기능도 제공한다.
◆혈당 관리 시스템 ‘슈가케어’
‘혈당 스파이크’라는 말이 있다. 음식을 먹자마자 혈당이 치솟는 현상을 뜻한다. 당뇨에 걸린 이들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체중에 당뇨 전 단계인 이들에게도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신 대표는 “지금까지 필라이즈에는 1600만개의 끼니가 등록됐고, 월 단위로도 200만 끼니가 등록되고 있다”며 “하지만 식단은 일차적인 것이고 식단이 몸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혈당은 가장 즉각적으로 변화가 오는 생체 지표다. 이에 필라이즈는 지난해 12월 초 개인화 혈당 관리 시스템 ‘슈가케어’를 공식 론칭했다. 필라이즈 앱 내에서 판매하는 유료 멤버십 프로그램이다.
사용자는 채혈할 필요 없이 스티커 형태의 연속혈당측정 센서를 팔에 부착해 24시간 내내 신체의 혈당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혈당 데이터에 개인 건강 데이터와 식단, 운동 등 활동 기록을 융합해 필라이즈의 특허 AI 기술로 분석한 개인별 맞춤 피드백을 제공한다. 신 대표는 필라이즈 앱을 열어 자신의 슈가케어 이용 화면을 보여줬는데 평균 91이던 혈당이 간식을 먹은 후 179까지 상승한 모습이 기록돼 있었다.
신 대표는 “혈당 변화를 통해 식단을 조절하거나 몸을 더 많이 움직여야겠다는 의지를 만들게 된다”며 “슈가케어는 지금까지 매달 성장하고 있고 사용자들이 5점 만점에 4.9점을 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누적 150억원 투자 유치
필라이즈는 창립 첫해인 2021년 30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시드 투자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VC)인 스트롱벤처스가 주도하고 패스트벤처스, 넥스트랜스, 프라이머, 마일스톤벤처파트너스 등이 동참했다.
이후 지난해 8월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누적 투자액 150억원을 달성했다. 시리즈A 투자에는 삼성 넥스트와 KB인베스트먼트, KDB산업은행이 새롭게 참가했으며 시드 투자사인 스트롱벤처스, 프라이머, 넥스트랜스가 추가 참여했다.
필라이즈는 헬스테크 기술로 사람들의 ‘건강 수명’을 늘려주겠다는 미션을 지속해서 이어갈 방침이다. 건강수명이란 의료 기술로 연명하는 것이 아닌, 건강한 상태로 늙어간다는 걸 의미한다.
신 대표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내 몸에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며 “필라이즈는 좋은 변화를 만들려고 할 때 ‘시작점’ 같은 서비스로 만들어가려 한다”고 다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