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캐즘에도 중국차의 영향력이 거침없다. 이같은 배경에는 종합적 전략과 공격적 투자가 뒷받침됐다는 업계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 윤진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9일(월) 발간한 ‘중국 전기차 혁신전략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전기차 수출과 내수판매 모두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전년 대비 69.9% 증가한 341억 달러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에너지차의 내수판매 비중은 31.6%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금년 7월에는 처음으로 내연기관차를 상회하며 51.1%까지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중국 전기차 기업 혁신성장의 원인으로 ▲공급망 수직통합, ▲해외거점 확대, ▲과감한 R&D 투자를 꼽았다.
중국 최대의 전기차 제조사인 비야디는 기존 자동차 산업의 관행인 하도급 생산에서 벗어나 전기차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내재화 방식을 채택하며 급성장했다. 전기차 개발, 생산, 판매, 해외운송용 선박건조에 이르는 전체 전기차 공급망을 내재화해 안정적인 경쟁력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적인 해외거점 확대 전략도 눈길을 끌고 있다. 비야디는 동남아시아 최대 자동차 생산 거점인 태국을 겨냥해 4개 모델을 출시하고, 올 7월부터 연산 15만대 규모의 라용(Rayong)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또한 하반기에도 브라질 전기차 공장 완공에 이어, 헝가리‧우즈베키스탄‧파키스탄 등으로 해외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R&D 투자규모와 인력도 역대급으로 늘어나고 있다. 비야디의 작년도 R&D 투자액은 전년 대비 112% 증가한 395억7000만 위안(약 7조5000억원)으로, 2019년 대비 4.7배 증가했다. 비야디는 2023년 말 기준 총 4만8000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R&D 인력은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 전보희 수석연구원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내수를 넘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어 동남아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본격화될 경우, 해당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 공제 허용 및 취득세 중과세 폐지 검토 등 전기차 분야에 대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