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흔들린다. 금융기관의 최우선 덕목인 신뢰가 추락하는 사고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어서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반복된 문제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수장들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우리금융의 잇따른 금융사고 이유와 영향을 ▲우리은행 과거 구태 여전히 반복 ▲우리금융 혁신 시급 ▲임종룡·조병규 거취 먹구름 등 3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주>
금융기관의 최우선 덕목은 신뢰다. 고객의 믿음이 있어야 비로소 금융기관의 가치가 완성된다. 최근 우리금융은 잇따른 금융사고로 신뢰가 추락했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며 내부통제에 실패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임 회장 취임 후 1년 6개월 동안 우리금융에서 금융사고 9건이 발생했다. 사고금액은 142억원에 이른다. 그 가운데 우리은행이 5건, 13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과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금융사고가 포함되지 않아 사고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내부통제에 끊임없이 실패했다. 지난해 11월 우리은행 서울 금천구청지점서 한 행원이 5개월간 고객 공과금 5200만원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 6월에는 경남 김해지점서 10개월간 고객 대출금 179억원을 횡령한 사실도 일어났다.
8월엔 선릉금융센터 등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지난 4년간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이나 차주 등 20개 업체, 42건에 걸쳐 616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 금융감독원은 이 중 350억원이 부당대출에 해당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문제가 생겼다. 지난달 30일 공시된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라 55억5900만원의 금융사고가 추가로 발생했다. 손실예상금액은 미정으로 담보가액은 79억8800만원이다. 우리은행이 금융사고를 공시한 것은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임 회장 취임 전에도 금융사고는 꾸준히 일어났다. 2020년 6월 기업개선부 차장급 직원이 8년간 8회에 걸쳐 707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2022년 7월 지방 모 영업점에서는 외환거래 환차익 9000만원을 가상자산 투자 목적으로 횡령한 일도 발생했다. 2017년 채용비리, 2019년 독일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및 라임 사태 등 반복된 금융사고는 신뢰를 떨어뜨렸다. 우리은행은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횡령액 735억원(13건)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반면, 환수율은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10억원(1.5%)에 그쳤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2020년 금융지주사 최초로 ‘내부통제관리위원회’를 신설했지만 지난 3월 임 회장 취임 후 이 조직을 효율성 차원에서 감사위원회로 통폐합시켰다. ‘내부통제관리위원회’는 내부통제기준 유효성 검증과 개선방안 모색, 실효적 내부통제기준 등을 제안하는 역할을 했지만 감사위원회로 합쳐지며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됐다. 내부통제 관리 실패를 자초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손 전 회장 부당대출 논란 때에도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실패가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사건을 내부적으로 인지하고도 4개월여가 지나서야 자체 감사를 진행했고 이후에도 금감원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자진 보고가 아닌 별도 제보를 통해 이를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를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임 회장과 조 행장은 부당대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에서 사고가 반복된 데 대해서는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저하되는 사안이어서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현재 우리금융지주 경영진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깊은 책임감을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감독원에서 현재 검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 검사도 곧 시작할 것으로 생각돼 진행 상황을 같이 면밀히 살펴보겠다”면서 “현 경영진의 거취와 관련한 부분은 기본적으로 우리금융 이사회, 주주총회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금융의 문제는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꾸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