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금융권 ‘도덕적 해이’] 금융의 본질을 흔드는 금융사고, 신뢰 바닥난 금융권의 현실

서울시내에 설치된 주요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다. 매년 반복되는 사고에 금융기관의 최우선 덕목인 신뢰가 흔들린다. 내부통제를 외치는 수장들의 외침도 공염불에 그쳤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금융권 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도덕적 해이란 법과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집단적인 이기주의를 뜻한다. 윤리적, 법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최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행위를 나타낼 때 사용되는 개념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연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에서도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당대출을 비롯해 주가 조작, 횡령, 배임 등 방식도 다양하다. 금융권의 특성상 소비자보다 판매자가 양질의 정보를 가지고 있기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금융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 금액은 2114억원으로 지난해 1년간 발생한 사고규모(1508억원)를 뛰어넘었다. 2019년 4512억원이었던 금융사고 규모는 2020년 1440억원, 2021년 827억원으로 감소 추세에 있었지만 2022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은행권의 금융사고가 가장 규모가 큰 가운데 그 뒤를 ▲증권 ▲저축은행 ▲손해보험 ▲카드 ▲생명보험이 잇는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강화를 줄곧 주문해왔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금융사고는 끊이질 않는다. 국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금융사고는 발생했다. 지난 10일 NH농협은행은 부동산담보대출 과정에서 140억원의 이상 거래를 포착했다. 13일에는 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자금 운용 과정에서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금융권 내 횡령과 부정대출 등 금융사고가 이어지는 와중에 발생한 사안인 만큼 금감원이 철저히 검사·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덕적 해이를 감시하고 잘못할 경우 처벌할 제도적 강화가 금융업계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실효성 강화를 핵심으로 본다. 은행권에선 내년 1월 책무구조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다만, 증권사와 보험사는 자산 규모 등에 따라 2026년 7월까지 유예됐다. 금융당국의 노력에 발맞춰 전 금융권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의 도덕적 해이도 중요한 과제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추더라도 개인의 의식 변화가 따라주지 못하면 금융사고는 반복된다. 개인의 윤리의식을 높이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