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오는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일부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는 방안을 의결할 전망이다. 영풍 측과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우호 지분으로 확보하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고려아연은 오는 30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연다고 이사들에게 통보했다. 구체적인 안건은 제시하지 않았고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일” 정도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회가 지난 5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사들인 자사주 28만9703주(지분율 1.4%)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는 내용을 의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앞서 지난 5월 한국투자증권과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다음 달 8일까지였는데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지난 7월 1495억원 이상을 투입해 자사주 매입을 끝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사들인 이 자사주 1.4%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면 영풍 측과의 의결권 격차를 더욱 줄일 수 있다.
현재 영풍 측은 고려아연 지분 38.4%를, 최윤범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34.05%를 각각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주총회 표 대결이 벌어지면 영풍 측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인 1.41%와 우리사주조합에 넘길 자사주 1.4%를 더하면 최 회장 측 지분은 36.86%까지 늘어나게 돼 양측의 격차는 크게 줄어든다.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길기면 “회사에 피해를 안기는 행위”라며 “이에 찬성한 이사들은 업무상배임죄의 행사책임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MBK는 “법조계에서는 우리사주조합에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이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경영권 분쟁 때 안정주주를 확보하려고 우리사주조합을 지원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판례가 이미 여럿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