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주인 자리를 되찾았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미국 대선이 트럼프의 완승으로 끝났다. 미국 우선주의 강화를 예고한 ‘스트롱맨’ 트럼프가 재집권함에 따라 세계 경제는 또 한 번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CNN은 6일(이하 현지시각) 실시간 개표 결과를 토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 27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간선제인 미국 대선은 총 538명의 전국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을 먼저 득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이로써 트럼프는 8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됐다. 미 역사상 두 번째로 첫 임기 후 낙선했다가 재선에 성공하는 '징검다리 집권' 기록을 썼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한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쓴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패했다. 하지만 4년간 절치부심한 끝에 세계 최강대국의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1946년 6월 14일생인 그는 내년 1월 20일 만 78세에 제47대 미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당선 당시 77세)을 넘어서는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다.
역대 가장 치열한 대선이 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승부는 다소 싱겁게 끝났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승패를 가를 경합 주라던 7개 주에서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압도적 우위를 점한 게 결정적이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인단 19명을 가진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니아와 조지아(16명), 노스캐롤라이나(16명) 등에서 승리하면서 확실히 승기를 잡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 동부시간으로 대선 다음날인 6일 오전 2시 30분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컨벤션센터에 집결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통해 "여러분의 제45대, 그리고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해준 미국민에 감사하고 싶다"며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우리나라가 치유되도록 도울 것”이라며 “우리는 국경을 고칠 것이며 우리나라에 대한 모든 것을 고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늘 밤 우리가 역사를 만든 이유가 있다. 나는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 싸우겠다”며 “이는 미국 국민을 위한 장대한 승리이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난 우리 자녀와 여러분이 가질 자격이 있는 강력하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미국을 만들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진정한 황금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함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한층 더 커졌다.
우선 미국 대선 이후 관세인상과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고 국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6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 대담 행사에선 최대 1000% 관세를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재집권 시 막대한 국채 발행과 세금 인하 등을 통한 확장적 재정정책 등을 시행할 것이라 강조했다. 트럼프의 정책이 현실화하면 전 세계 경제는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2일 ‘10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당선 시 “보호무역주의 산업 정책과 무역 긴장 고조의 여파로 세계 경제 성장이 저해되고 공급망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 정책으로 유럽연합(EU)의 상품 수출이 2029년까지 14%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고율 관세를 도입하고 주요국이 보복 관세를 미국에 부과해 무역분쟁이 격화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약 62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