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강소기업을 가다] 엔라이튼, 통합 에너지 솔루션으로 ‘기후테크’ 이끈다

초기 설치비용 낮춘 구독 모델, 재생에너지 도입 장벽 낮춰
5년 전 출시 한 '발전왕', 발전소 운영 효율성 극대화
이영호 대표 "내년 중 일본·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

엔라이튼 플랫폼이 적용된 대동모빌리티 대구 신축공장 전경. 엔라이튼 제공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날로 커지면서 기술 혁신과 지속 가능한 솔루션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에너지 기후테크 기업 엔라이튼은 혁신적인 기술과 금융, 데이터 역량을 기반으로, 태양광 발전 사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만들고 있어 시선을 끈다. 엔라이튼은 단순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 구축을 넘어, 에너지 통합 관리 솔루션과 머신러닝 기반의 전력량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에너지 기후테크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다.

 

 ◆ ‘구독 모델’로 재생에너지 생산 혁신

 

엔라이튼은 재생에너지 생산에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RE100 구독’과 ‘주택용 구독’ 상품은 초기 설치비용을 낮춰 기업과 개인이 재생에너지를 손쉽게 도입하도록 돕는다. 태양광 구독 서비스는 엔라이튼이 초기 투자비를 부담해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후, 태양광 발전량에 대한 구독료를 기업 또는 소비자가 납부하는 방식이다. 초기 투자비 없이 구독료 납부 형태로 공장 또는 가정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기업의 경우 RE100 이행과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경제적 이점이 있다.

 

이 같은 태양광 구독 모델은 독일의 태양광 유니콘 기업 ‘엔팔(Enpal)’과 유사한 형태다. 초기 비용 없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이다. 엔팔은 유럽에서 성공적으로 이 모델을 운영 중인데, 엔라이튼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려가고 있다. 대동모빌리티 대구 S-팩토리 지붕태양광 발전소 3㎿ 준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엔라이튼은 지난 4월 대동모빌리티에 ‘RE100 태양광 구독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는 엔라이튼이 초기 투자비를 부담해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후, 태양광 발전량에 대한 구독료를 대동모빌리티로부터 받는 구조다. 대동모빌리티는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해 연간 약 2억3000만원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남은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함으로써 연간 약 2억6000만원의 추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이영호 엔라이튼 대표는 “구독 서비스는 엔라이튼의 노하우와 전력 발전 예측과 수요 예측 등 IT기술력이 결합된, 기업에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모델로, 타사와 구별되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25일 진행된 ‘대동모빌리티 S-팩토리 3㎿ RE100 태양광 준공식’에서 이영호 엔라이튼 대표(오른쪽)과 권기재 대동모빌리티 부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엔라이튼 제공

 

 ◆ ‘발전왕’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분산화 관리

 

엔라이튼의 ‘발전왕’ 플랫폼은 재생에너지의 분산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거래하는 ‘에너지 비즈니스 플랫폼’을 표방한다. 발전왕은 이른바 ‘발전소 자산관리 앱’으로 발전사업주들에 발전량과 수익, 주변 발전소 비교 데이터, 일별, 주별 또는 연간 보고서 등의 정보를 제공해 발전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 2019년 8월 출시 이후, 발전왕엔 국내 2만6900개의 태양광 발전소(6.2GW 규모)가 등록돼 있다. 이는 국내 태양광 시장의 26.3%로 단일 서비스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발전왕은 재생에너지를 필요로하는 수요자를 신속하게 공급자와 연결하는 게 특징이다. 국내 태양광 시장의 70~80%는 1㎿ 이하의 소규모 발전소다. 특히 이들 발전소의 소유주가 대부분이 개인인 만큼, 에너지 거래에서 생산자와 수요자 간 신속한 연결이 중요하다. 발전왕은 거래 시점을 최적화하고 가격 결정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거래 비용을 낮춰, 분산형 에너지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거래를 유도한다.

 

2022년 12월 체결한 네이버와의 제3자 PPA 체결은 발전왕이 재생에너지 시장에서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계약을 통해 엔라이튼은 네이버 제2사옥 ‘1784’ 운영에 필요한 전력의 15%를 재생에너지로 안정적으로 조달했다. 한국전력이 중개한 이 계약에서 발전왕은 네이버의 RE100 이행을 지원하며, 에너지 거래 과정의 간소화와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실시간 데이터처리·머신러닝 기술 이용해 발전량 수요 예측모델 개발

 

엔라이튼은 다양한 실시간 데이터처리 및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량 및 수요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전력망의 안정성 확보와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과 관리에 기여하고 있다. 이 모델은 다양한 기상 데이터와 발전소 운영 정보를 분석해 발전량 예측의 정확성을 높인다. 아울러 발전소의 성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이상 징후도 조기에 탐지한다.

 

현재 제주도에서 시행 중인 실시간 시장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재생에너지의 불안정한 특성을 보완하고 전력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발전사업자는 다음날뿐 아니라 발전 당일의 예측치까지 제출하고, 원하는 가격에 입찰해야 한다. 이처럼 날씨 변동에 민감한 태양광 발전의 특성상 정확한 발전량 예측은 필수적이다. 엔라이튼은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예측 정확도를 높여 발전사업자가 유리한 조건으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돕고, 예측 오차를 줄여 전력 수급 불균형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엔라이튼의 예측모델은 태양광 발전소의 O&M에도 활용된다. 이를 통해 발전소의 성능 저하를 조기에 발견하고 효율적인 유지 보수를 돕는다. 이러한 기술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발전 수익의 극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엔라이튼은 태양광 발전 이상 탐지 방법 및 장치, 태양광 발전소 이상 탐지를 위한 데이터 전처리 방법 및 장치 등 관련 특허를 보유하는 등 기술적 우위도 확보하고 있다.

 

◆ “EaaS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내년 중 日·동남아 진출”

 

엔라이튼은 발전왕 플랫폼을 중심으로 분산 에너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에너지 통합 솔루션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EaaS(Energy as a Service)’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EaaS는 고객에게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할 수 있는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하고, 고객은 자신의 전력 소비 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손쉽게 선택해 에너지 비용 절감과 효율적 관리를 지원하는 개념이다.

 

이영호 엔라이튼 대표는 세계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발전왕 플랫폼을 중심으로 분산 에너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에너지 통합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엔라이튼 제공

 

예를 들어 영국의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gergy)’는 고객이 집 주소 등 기본적인 정보를 입력하면 최적화된 요금제를 제시한다. 또한 전기 사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실시간 가격 변동 요금제인 ‘애자일 옥토퍼스(Agile Octopus)’나 특정 시간대에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는 ‘인텔리전트 옥토퍼스(Intelligent Octopus)’ 등을 운영하며 소비자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방식은 소비자의 전력 소비 최적화는 물론, 재생에너지 사용 촉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엔라이튼은 강조한다.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소비자가 손쉽게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통신 요금제 형식의 단순화된 서비스와 요금제를 구축해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엔라이트는 발전왕과 구독 서비스를 무기로 내년 중 해외진출도 추진한다. 한국과 유사한 에너지시장 환경을 가진 국가, 특히 소규모 발전소가 많은 일본이 주요 타깃으로,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태양광 설비가 5배나 많다. 또한, 동남아시아 시장도 목표로 삼아 엔라이튼의 구독 모델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발휘할 방침이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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