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오른 오너3세 경영] ‘경영승계 성큼’ 김동관-정기선, 조선 패권경쟁 후끈

- 각각 한화∙HD현대 부회장 승진 보폭 확대
- 7.8조 규모 KDDX 수주 놓고 라이벌전
- 美 해군 함정 MRO 사업분야서도 경쟁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한화그룹, HD현대 제공

 재계의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오너 3세이자 장자로 그룹의 후계자로 불리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2022년과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권 승계에 바짝 다가섰다. 김 부회장이 1983년생, 정 수석부회장이 1982년생으로 나이도 1살 차다. 실제 둘은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최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서로를 향한 고소와 고발을 취하하며 갈등을 봉합한 배경에도 김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 간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은 개인적인 친분과 별개로 글로벌 조선업의 패권을 두고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내 대표 조선업체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인 미니 이지스함(6000t급) 6척을 발주하는 7조800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기술 자존심을 건 숙원 사업으로 여기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그간 기본설계를 수행한 기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맡아온 만큼 수의계약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탈취∙누설에 따른 실형 판결을 근거로 HD현대중공업의 수의 계약은 진행되선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두 회사가 오너의 결단으로 서로 고소를 취하하며 갈등을 봉합했지만 수주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분야에서도 경쟁 중이다. 함정 MRO 부문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직접 언급하면서 시장 전망이 더 밝아졌다. 양사는 연간 20조원 규모의 해당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7월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MRO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 해군 관계자들이 올해 양사 조선소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미국 해군 관계자들이 방문했을 때 직접 함정 건조 역량과 MRO 기술력을 설명하는 열의를 보였다.

 

 두 회사가 치열한 라이벌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해외 방산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정부를 중심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글로벌 해양 방산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원팀’으로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양사는 각자가 보유한 함정 기술과 연구개발(R&D) 역량을 모아 K-방산 해외 진출 확대를 도모하자는 정부의 원팀 전략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중국 기업에 맞서 국내 조선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 분야 첫 협력은 우선 캐나다가 추진 중인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서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3000t급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규모가 총 70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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