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무인(無人) 시대다. 기술발전, 인구감소, 비대면 문화 확산 등으로 인해 산업계 전반에 무인화 바람이 거세다. 무인화 기술이 산업계의 큰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은 무인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선업계와 방산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조선업계는 자율운항선박(MASS)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방산업계는 무인 기술 기반 미래형 최첨단 무기 체계 개발에 한창이다.
◆사고 감소·유지비 절감…자율운항선박, 두 마리 토끼 잡는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중공업은 자율운항 연구 선박인 ‘시프트 오토’ 출항식을 개최했다. 기존 자율운항선박은 장애물 식별, 우회 경로 안내 등 제한된 범위 내 실증만 가능했으나 시프트 오토는 설계 단계부터 자동접·이안, 음성기반 제어 등 다양한 자율운항 요소기술을 적용해 추후 기술 개발의 확장성도 용이한 장점이 있다.
HD현대는 최근 8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운반선에 자율운항 및 원격제어 기술을 적용한 통합 실증을 수행해 한국선급(KR)과 라이베리아기국(LISCR)으로부터 기본 인증(AIP)을 획득했다. 한화오션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율운항선박 실증에 나선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자율운항 기술을 4단계(완전자율 레벨)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4단계에 도달할 경우 선박사고 감소와 유지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마련된 자율운항선박 실증 기회를 지속해서 지원하고 있다. 이승렬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과의 조선산업 협력 의지를 표명한 만큼, 자율운항선박도 협력 가능한 분야로 예상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자율운항 초격차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사람 없이 싸우는 미래 전쟁
국내 방산 업체들은 무인 무기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대 초 완성을 목표로 AI 자주포 ‘K9A3’을 개발 중이다. 이 장비는 기존 자주포(5명)보다 훨씬 적은 1명의 승무원 또는 무인 운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0년대 후반 실전 배치를 목표로 유도미사일 등 중화기 탑재가 가능한 AI 다목적 무인 차량도 개발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를 개발했다. HR-셰르파는 현대로템이 자체 개발한 전동화 무인 플랫폼으로 수색, 정찰, 보급, 화력지원 등 임무에 따라 다양한 장비를 탑재해 운용할 수 있다. 앞사람을 따라가는 종속주행을 비롯해 원격주행, 경로점 자율주행 등 다양한 무인 운용이 가능하다.
LIG넥스원은 육해공 무인체계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해양 유·무인복합체계의 기반이 될 ‘무인수상정’(해검) ▲감시정찰·타격·수송·대드론 등을 아우르는 ‘드론 종합 솔루션’ ▲초소형 유도탄을 비롯한 ‘스마트 무장’ 등 미래 전장환경 종합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