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정국 대혼돈] ‘공급 절벽’ 다가오는데... 길 잃은 윤석열표 공급대책

- 대책 관련 주요 법안 통과 물 건너가
- 3기 신도시 공급 진행 계획 불투명
- 임기 내 270만호 공급 물거품 위기
- 공공주택 공급 동력마저 상실 우려

 

 내년부터 아파트 ‘공급 절벽’이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 후폭풍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사실상 올스톱 되면서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9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 상실로 사실상 장기간 미뤄질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1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공급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5일에는 서울과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올해 5만 가구, 내년 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특히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 여파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이 사라지면서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상당수는 국회에서의 법 제정 및 부동산공시법∙도시정비법∙민간임대주택법 등의 개정이 필요한데 탄핵정국으로 부동산 대책을 뒷받침할 주요 법안의 국회 통과를 기약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탄핵정국 속에서 논의 자체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열릴 예정이었던 ‘공공주택 공급 실적 및 공급계획 점검 회의’를 취소하기도 했다.

 

 정부 핵심 주택공급 방안인 3기 신도시 공급도 예정대로 진행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미 3기 신도시는 착공 및 입주 목표에 미달했다. 3기 신도시 총 공급물량은 17만4000여 가구에 달하지만 올해 말까지 착공 예정인 물량은 약 1만1000가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3기 신도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가처분 면적비율 확대방안은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관계 기관과 협의 등 선행절차가 필요하지만 협상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향후 5년간 270만호(인허가 기준) 주택공급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는 주택공급 확대를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건설비 상승 등으로 민간 공급 위축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정국 불안으로 공공이 받쳐온 공급 동력마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가뜩이나 2025~2026년부터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주택 정책이 동력을 잃으면 공급난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현 정부의 주택공급확대정책 평가와 제언’ 보고서에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5년부터 2023년까지 19년간 주택공급 시장은 연평균 42만 9000가구가 준공됐는데 2022년부터 착공 실적이 줄어들면서 2025~2027년 준공 감소란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같은 해 주택 착공 실적은 38만3404가구로 전년(58만3737가구)보다 무려 20만 가구(34.3%)나 감소했다. 2023년에는 24만2188가구로 더 줄어들면서 여파가 내년 이후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후폭풍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사실상 올스톱 되면서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9월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주택시장 동향과 8.8 주택공급 확대방안 후속조치 등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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