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와의 약속인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직무정지로 정부의 기후정책도 표류 위기에 빠졌다. 15일 환경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말로 예정된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 따른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계획안을 내년 2월까지 해당 사무국에 제출(권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실무 논의 단계인데다 국가수반의 리더십 부재가 더해지며 사실상 기한을 맞추기 어렵게 됐다.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는 2015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이자고 약속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협약국이 5년 주기로 발표하는 감축목표를 뜻한다. 가장 최근 한국의 NDC는 지난 2021년 제출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파리협정의 ‘진전원칙’ 규정상 한국의 2035년 NDC는 이전 목표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감축안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각 부처 추천 전문가 60명으로 구성한 기술작업반에서 복수의 안을 마련 중이다. 해당 안들을 바탕으로 부처간 협의를 통해 정부 단일안을 결정하고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로 이어지는 수순이다. 문제는 각 부처간 협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각자 ‘현실적 이유’로 할당량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제1차 국가탄소중립녹생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도 산업통상자원부가 2030년 NDC에 규정된 산업 부문 감축률 14.5%에 의문을 표하며 ‘5%가 한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계획 수립이 막판까지 난항을 겪었고 결국 산업 부문 감축률은 기존 3.1% 하향조정된 11.4%로 결론이 났다.
국가 차원에서 국제사회와 약속한 NDC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 분야의 감축률이 하향조정 될 시 그 밖의 다른 분야의 감축률은 상향 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보니, 이번 2035 NDC 정부 단일안 결정에도 각 부처간 이견차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를 조율해야 할 정부 리더십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및 직무정지, 국무위원들의 일괄 사의표명 및 검찰 소환으로 사실상 부재 상태인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 단일안이 마련되더라도 이를 심의 및 의결할 탄녹위 구성이 문제다. 신규 민간위원은 후보 선정 및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다 최종 위촉권자가 대통령이다. 현 상황에선 언제 구성원 조각이 맞춰질 수 있을지 미지수인 것. 법령상 지난 10월 말 임기가 끝난 기존 민간위원들이 후임 위촉까지 직무를 수행할 수는 있지만 이미 임기가 만료된 위원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