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성하는 사모펀드·‘뒷걸음질’ 공모펀드…희비 엇갈린 이유는?

3년여 새 사모펀드 판매잔액 2배 증가…공모펀드는 거꾸로 줄어
공모펀드 발목 잡는 규제…높은 보수에 인력도 사모펀드 측 우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안재성·주형연 기자]최근 수년 간 사모펀드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반면 공모펀드는 거꾸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 2015년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가 급격히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과 달리 공모펀드는 여전히 복잡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또 운용 인력에 대한 보수도 사모펀드가 훨씬 높아 우수 인력이 사모펀드 쪽으로 몰리는 흐름 역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총 41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말의 200조4000억원에 비해 3년여 새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대규모 환매중단으로 펀드 자체에 대한 불신을 일으킨 ‘라임 사태’ 후에도 개인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판매잔액만 줄었을 뿐 법인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오히려 늘었다.

 

반면 올해 3월말 기준 공모펀드 판매잔액은 189조원에 불과해 2015년말(221조3000억원) 대비 14.6% 줄었다. 사모펀드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사이 공모펀드는 규모가 줄었다.

 

이같은 차이에는 규제 정도와 운용 인력의 질 차이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5년 11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사모펀드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전문 사모펀드 운용사의 설립요건이 자기자본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아졌으며,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어 설립이 훨씬 쉬워졌다. 개인 투자자의 최소 투자금액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여 접근성을 높였다.

 

이처럼 문턱이 낮아지자 사모 전문 운용사 신설은 물론 투자자문사에서 사모 전문 운용사로 전환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4년말 10곳에 머물던 사모 전문 운용사는 지난해말 169곳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공모펀드는 여전히 복잡한 규제를 받고 있다. 공모펀드는 대규모 인원을 공개 모집하는 상품이라 접근성이 쉽다는 이유로 규제가 강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분산투자 등 자산운용규제, 투자설명서 설명·교부의무, 외부감사 등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특히 공모펀드 운용사들을 힘들게 하는 건 자산운용규제다. 공모펀드는 동일 종목에 신탁재산의 10% 이상을 투자할 수 없다. 또 동일 종목이나 동일 법인이 발행한 지분증권 총수의 10% 이상을 매입할 수 없으며, 동일 회사 발행 주식의 20% 이상을 매입하는 것도 제한된다.

 

이와는 달리 사모펀드는 펀드운용에 담을 종목 수에 제한이 없어서 동일 종목 100% 투자 등 공격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비해 공모펀드는 너무 제약이 많다보니 자유로운 운용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실현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점 때문에 소비자들이 사모펀드를 선호하면서 사모펀드가 급격히 커지는 반면 공모펀드는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는 듯 하다”고 진단했다.

 

심지어 복잡한 공모펀드 관련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투자자 49인 이하의 사모펀드로 쪼개 파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는 투자자가 50인 미만이어야 한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016~2018년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에 특정 회사채펀드를 사모펀드로 쪼개 팔도록 주문했다는 혐의로 금융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또 보수 격차로 인한 운용 인력의 질 차이도 거론된다. 사모펀드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핵심 인력들은 인센티브 포함 연봉 2억을 넘기는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공모펀드 운용 인력의 보수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며 “우수 인력이 사모펀드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사모펀드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상품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주로 우량기업이나 일시적으로 재정 문제가 생긴 기업 등을 인수해 몇 년에 걸쳐 기업 가치를 올린 뒤 되파는 업무를 주로 한다. 지난해 롯데카드를 인수한 MBK파트너스가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연 수익률은 보통 연 평균 7~10%, 높을 경우 10%를 넘기기도 한다”며 “게다가 청산까지 걸리는 기간도 대부분 5년 이내로 짧은 편이라 투자자들, 특히 연기금, 공공기관, 은행 등 법인투자자들이 매우 선호하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업계 관계자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에서 인수 대상 기업의 평가, 인수 후 기업 가치 상향 작업 등은 뛰어난 인력이 아니면 수행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각 사모펀드들은 고액의 보수를 제시하면서 우수 인력 유치에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률이 높기에 자연히 운용 인력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고액”이라며 “이에 매력을 느낀 우수 인력이 유입돼 성과를 더 상향시키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수는 721개로 전년말보다 141개 늘었다. 2015년말 대비로는 2.3배나 증가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라임 사태와 연관이 없기에 그 후로도 법인투자자들의 자금을 계속 사모펀드로 끌어들이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의 수익률이 사모펀드에 미치지 못하면서 최근 몇 년간 법인투자자나 부유층의 공모펀드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는 추세”라면서 “이것이 공모펀드 부진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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