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가 브랜드 성패 가른다

인기 캐릭터 ‘펭수’ 열풍과 함께 캐릭터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캐릭터를 광고 모델로 활용하는 방식을 넘어 기업마다 자체 캐릭터를 개발해 브랜드 영향력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캐릭터 마케팅 도입이 눈길을 끈다.  사진은 KB국민카드의 '펭수 노리 체크카드'.     KB국민카드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캐릭터가 마케팅의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펭수 열풍’이다. EBS 캐릭터 펭수는 지난 2019년 EBS가 제작한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의 마스코트 캐릭터로 첫선을 보였다. 펭수는 채널 특성상 초반 어린이와 학부모를 상대로 인기를 누리면서 인지도를 끌어올렸고, 이후 ‘블랙 코미디’ 요소를 가미하면서 청소년· 청년· 성인층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르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캐릭터 마케팅’의 핵심이 바로 펭수 열풍 속에 녹아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인기 캐릭터는 세대와 계층 구분 없이 사랑받고 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라며 “이를 제품으로 끌어들이면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어 브랜드나 제품의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여기에 유명 스타모델을 기용하는 것보다 저렴해 일석이조의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캐릭터 활용 광고효과 ‘톡톡’… 식품업계 넘어 금융까지

 

동원F&B는 펭수를 모델로 기용한 후 올해 1분기 참치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다. SPC삼립의 ‘펭수빵’ 역시 출시 2주 만에 100만개가 팔리며 흥행을 예고했고, 빙그레 ‘붕어싸만코’도 펭수를 모델로 내세운 뒤 올 2~4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40% 상승했다.

 

앞서 캐릭터 마케팅은 신규 제품을 주기적으로 출시하는 식품 업계에 국한했다. 하지만 그 성장세와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진출하는 흐름이다. 실제 스타 마케팅이 대부분이었던 금융권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KB국민카드는 펭수를 카드 디자인에 접목해 ‘펭수 노리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출시 95일 만에 발급 수 30만장을 돌파할 만큼 인기를 누렸다. 고객 연령은 20대 41.0%, 30대 32.4%, 40대 13.8%로 전 연령층의 관심을 받았다. NH농협카드 역시 지난해 11월 카카오프렌즈 대표 캐릭터 ‘라이언’을 디자인에 적용한 ‘라이언 치즈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 역시 출시 5개월 만에 발급 수 50만장을 돌파했다.

 

◆기업, 자체 캐릭터 개발 ‘붐업’

 

인기 캐릭터인 펭수를 발판으로 뜨거워진 캐릭터 마케팅은 진화하고 있다. 펭수처럼 기존 캐릭터를 영입해 광고 효과를 누리기보다는 자체적으로 신규 캐릭터를 개발해 제품 마케팅은 물론 부수적인 사업까지 진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즉석밥 브랜드 햇반의 캐릭터 ‘쌀알이 패밀리’를 공개했다. 백미와 현미, 흑미 등 햇반 종류에 따라 각각의 신규 캐릭터를 제작해 공개했다. 추가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개발했으며 향후 캐릭터 인형, 휴대폰 팝소켓, 학용품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의 캐릭터 ‘호치’도 눈길을 끈다. 불닭이라는 특징을 캐릭터에 녹인 호치는 불을 내뿜는 크기와 표정에 따라 매운 정도를 표현하며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냈다. 이에 삼양식품은 삼양원동문화재단과 함께 2018년 9월부터 호치를 활용한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 진행하고 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LG생활건강과 시즌 한정으로 선보인 핫팩은 무려 21만개를 판매했고, SG생활안전과 함께 출시한 불닭 마스크도 큰 인기를 누렸다.

◆실패 사례도 있어… 체계적인 전략 필요

 

캐릭터 마케팅이 성공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은 꿀벌을 형상화해 제작한 캐틱터 ‘위비’를 선보였으나, 투자한 만큼 효과를 끌어내지 못했다. 신한은행의 캐릭터 ‘쏠 익스플로러스’와 IBK기업은행의 희망로봇 캐릭터 ‘기은센’ 역시 단기적은 효과를 누렸지만, 인지도 측면에서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캐릭터는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마케팅에 적용했을 때 수명이 짧아 수익이 창출되기 전에 반짝 유행에 그칠 수 있다”라며 “브랜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캐릭터를 활용한다면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 수익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 산업 지속 성장세에 마케팅도 ‘확장’

 

국내 캐릭터산업 시장 규모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콘텐츠 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산업 매출액은 지난 5년간 증가세를 보였다. 2014년 9조520억원이던 캐릭터산업 매출은 지난 2018년 12조2070억원으로 증가했다. 캐릭터산업이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이한 점은 ‘캐릭터 상품군별 연간 구매 횟수’ 부문에서 ‘식품·음료·의약품’군이 6.4회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문구 및 팬시’군이 4.3회로 뒤를 이었다. 특히 ‘식품·음료·의약품’군은 지난 2018년 5.9회에서 0.5회 증가해 ‘미용 및 뷰티’군과 함께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즉 이제는 캐릭터산업이 문구와 팬시에 국한하지 않고 식품 및 의약품, 미용 및 뷰티 등으로 더욱 확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산업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캐릭터 마케팅은 장단점이 분명하지만,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young070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