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영의 유통시그널] ‘할랄 인증’ 강화하는 K푸드

 K-푸드의 성장세 속에 할랄 인증을 더해 더 넓은 시장을 공략하려는 국내 유통업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할랄(Halal)’은 ‘(신이) 허락한 것’이라는 의미로 무슬림이 사용하거나 소비하도록 허용된 제품이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 가공된 제품에만 인증을 부여하며 식음료, 패션, 화장품 등 비이슬람권 국가에서 이슬람권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할랄 인증마크를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가 할랄 인증서를 발급하고, 국제적으로는 말레이시아 자킴(JAKIM)·인도네시아 무이(MUI) 등의 기관 인증이 통용된다. 별도 생산시설을 구축해야 할 만큼 까다로운 절차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할랄 시장을 진출을 고려하는 건 이슬람권 시장이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국내 유통업계에는 매력적인 분야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할랄 식품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8년 1조3690억 달러(약 1800조원)에서 연평균 6.3%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1조9720억 달러(약 2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불닭볶음면’은 일찌감치 할랄 인증을 받았다. 삼양식품은 2017년 인도네시아 무이로부터 불닭 브랜드 제품에 대한 할랄 인증을 획득하고 현지 사업에 나선 바 있다. BBQ는 2011년 할랄 인증을 받고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현지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과 서울시가 협력해 만든 ‘서울라면’이 이르면 10월 중동 수출길에 오른다. 전 세계 판매를 위해 이슬람권 소비자를 위한 할랄 제품으로 개발 중인 서울라면은 할랄 제품이 마무리되는 대로 할랄 인증을 거쳐 유럽·동남아·중동까지 수출을 확장할 예정이다.

 

 오뚜기는 올해 해외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는 등 글로벌 성장을 올해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 해외사업팀을 글로벌 사업본부로 격상했다. 현재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65개국에 라면을 수출 중인 오뚜기는 수출 국가를 올해 전 세계 70개국으로 늘려 수출액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공장을 두고 자체 생산하고 있다. 올해는 현지 공장에서 할랄 인증 후 연내 제품을 생산해 이슬람권 시장에 진입하고자 한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불닭볶음면이 진열되어 있다. 뉴시스 제공.

 지난해부터 미진입 국가 진출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최근 말레이시아 신규 법인 ‘CJ FOODS MALAYSIA SDN. BHD’를 설립해 할랄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2013년 햇반·김치·조미김 등 30여개 품목에 대한 할랄 인증을 받은 지 9년 만인 올해 초 비비고 만두 3종과 호빵 2종에 대한 할랄 인증을 받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법인 설립은 신영토 확장의 전략의 일환이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 무슬림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종합식품기업 팔도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할랄청으로부터 비락식혜를 포함한 음료 5종의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약 90%가 무슬림으로 올 10월부터는 식품에 대한 할랄 인증을 의무화한다. 인도네시아 수출 품목 ‘밥알없는 비락식혜’와 ‘비락식혜’ 이외에도 할랄 인증 품목을 확대해 기존 수출 전용 제품과 일부 면 브랜드에 대한 할랄 인증을 추가로 획득하고 시장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와 가격 인상의 부담, 인구 감소 등 국내 시장에서 유통업계가 부딪힌 현실에 내수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서 제품 수출부터 현지 생산, 현지 매장 진출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 확장을 꾀하고 있다. 새 시장을 찾기 위한 업계의 할랄 인증 노력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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