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바뀌는 유통지형] “비싼 최신폰 싫어”... 신뢰 확보한 중고폰 시장 커진다

KT M&S 직영 매장 직원이 고객이 반납한 중고폰의 개인정보를 삭제하기 위해 전자레인지처럼 생긴 ‘스마트 MRI’ 기기에 고객 휴대폰을 넣고 있다. KT M&S 제공

 경기 침체와 고물가 장기화의 영향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중고품 거래가 활발하다. 휴대폰도 예외는 아니다. 스마트폰 신제품 가격이 치솟는 ‘폰플레이션(스마트폰+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서 차라리 상태 좋은 중고폰을 사자는 소비자가 늘었다.

 

 개인 간 거래 등 비공식적인 거래가 많아 정확한 규모 파악이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연간 약 1000만대, 약 2조원 규모의 중고폰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국내 중고폰 시장 규모가 2021년 682만대, 2022년 708만대, 2023년 778만대 수준으로 매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현재 중고폰 거래를 하는 사업자는 약 300개 정도로 파악된다. 

 

 정부는 중고폰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월에 이뤄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개정에 따라 이달 31일부터 중고폰 사업자가 요건을 갖춰 신청할 경우 안심거래 사업자로 인증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중고폰 안심거래 사업자 인증제’는 개인정보 삭제 절차를 마련하고 성능 확인서를 발급하는 등 다각도의 이용자 보호 요건을 갖추면 정부가 인증하는 제도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과 품질에 대한 불확실성이 중고폰 구매를 주저하게 하는 주된 이유였는데 인증제가 시행되면 중고폰 거래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높아지고, 관련 시장 성장세도 가속할 전망이다. 

 

 중고폰 거래 사업을 담당하는 SK, KT, LG 계열사들은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자회사의 ‘민팃’,  KT 자회사 KT M&S의 ‘굿바이’, LG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의 ‘셀로’ 등 대기업 사업자 플랫폼은 정부가 제시한 요건에 맞춰 인증을 획득해 중고폰 거래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인 크림은 지난 2일 전문가 검수를 거친 중고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 ‘더 폰(the phone)’을 출시했다.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판매할 수 있는 ‘내 폰 시세’ 서비스를 출시한 크림은 더 폰을 통해 구매한 중고 스마트폰이 기기 자체 결함으로 1년 내 문제가 생길 경우 무상 교환을 보장하는 ‘크림 케어(KREAM Care)’로 제품 결함과 사후 처리에 대한 불안함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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