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바뀌는 유통지형] 경기불황에 확 바뀐 소비 트렌드

서울 시내 한 저가 커피 매장 모습. 사진=뉴시스

 

“한푼이라도 아껴야 마음이 놓여요.”

 

서울에 사는 20대 회사원 A씨는 새 물건을 봐뒀다가 이커머스 리퍼마켓을 이용하는 소비 패턴을 지니고 있다. 리퍼마켓에는 흠집이 있거나 미사용 반품 물건을 신품 최저가보다 싸게 판매하기 때문이다. 또 필요없는 물건은 중고마켓을 이용해 불필요한 가재도구를 줄인다.

 

이처럼 치솟은 물가에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소비 풍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용하던 물건을 재판매하는 리커머스(re+commerce)가 트렌드다. 더 나아가 해외 현지 중고 상품을 구매하는 서비스까지 개설되면서 중고시장이 글로벌화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외에도 소비를 끊거나 줄일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과소비를 줄이고 저렴한 상품을 찾아나서는 소비 형태가 주를 이룬다. 

 

고물가에 시름이 깊어지면서 꼭 사야하는 것들의 지출을 줄이는 추세다. 커피는 매일 소비하는 기호식품 중 가장 대표적이다. 비싼 커피는 부담되고, 믹스커피는 맛이 없다. 그렇다면 답은 저가 커피다. 최근 저가 커피 브랜드의 확장세가 거침없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3대 저가 커피 브랜드의 전국 가맹점 수는 2022년 말 5285개로 전년 동기(3849개)보다 1436곳(37.3%)이나 증가했다. 하루 약 4개씩 늘어난 셈이다. 맛도 나쁘지 않은 데다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다.

 

스마트폰 가격은 매년 꾸준히 오른다. 뛰어난 기능 혁신도 없어 새 스마트폰을 사기 꺼려진다. 이에 중고 공기계를 찾는 이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발표에 의하면 국내 중고폰 시장 규모가 2021년 682만대, 2022년 708만대, 2023년 778만대 수준으로 매년 성장세다. 최근엔 스마트폰 보호 필름과 케이스의 기능이 뛰어나 새것 같은 공기계도 많다. 사용감이 싫다면 신품과 같은 수준의 상품을 구할 수도 있다. 파손보험 등을 통해 액정 및 카메라를 새것으로 교체해 외관상 새 휴대폰과 동일한 상태로 판매한다. 중고폰의 장점은 통신사의 장기 약정 서비스를 가입하지 않아도 되며 알뜰폰 통신사에 가입해 통신료 지출도 낮출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빅 사이즈’가 대세다. 어차피 끊을 수 없고 꾸준히 먹는다면 ‘쟁여놓고’ 먹자는 분위기다. 동일한 가격에 토핑을 늘린 세븐일레븐의 간편식 ‘킹장우’ 시리즈를 비롯해 1만7900원에 8인분 용량이 담긴 GS25의 ‘세숫대야냉면’ 등이 대표적이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쪼개기 상품이 한 때 유행했으나 이젠 용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저렴한 상품이 인기다. 묶음 상품이 일반 상품보다 저렴한 것과 같은 이치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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