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대한민국 ‘사장님’으로 살아남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 환경이 곧 내수 회복세를 짐작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아쉽게도 불경기에 소비가 침체한 지금은 어두운 터널 속이다. 명품 매출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는데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0.0%로 집계됐다. 자영업자 10명 중 7~8명(75%)은 종업원 없이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다. 가뜩이나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임대료, 직원 급여까지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허리띠를 조르는 실정이다. 5대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불경기에도 창업 러시는 이어지고 있다. 취업 문턱을 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청년층도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 검증된 프랜차이즈와 가맹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기자가 거주하는 동네에는 최근 새 아파트가 완공돼 입주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아파트 상가와 1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인근 상가에 편의점이 신규 출점했다. 얼마 뒤 아파트 상가에는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입점이 확정됐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아파트 상가에 편의점이 들어서지 못한 이유는 업계 자율규약 때문이다. 같은 상가에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편의점이 들어서는 ‘촌극’이 발생하던 2018년, 편의점 업계는 점주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출혈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편의점 반경 50~100m 이내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규약을 맺었다. 그런데도 국내 편의점 수는 총 5만개를 넘어서며 이미 경쟁 과포화 상태다.

 

 문제는 의무가 아닌 자율에 맡기다 보니 실제 위반 사례가 발생해도 영업금지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의 한 상가에서 CU 옆에 GS25가 들어서 논란이 일었다. CU 점주가 상가 주인과 계약연장 문제로 갈등을 빚다 폐업한 뒤 옆 호실로 자리를 옮겼는데, 원래 CU가 있던 자리에 GS25가 들어선 것이다.

 

 이에 CU는 GS25가 자율규약을 어겼다며 편의점 본부들로 구성된 한국편의점산업협회(편산협) 규약심의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심의위는 만장일치로 ‘GS25가 규약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해당 GS25 점포는 여전히 영업 중이다. GS25는 ‘기존 편의점이 폐점한 곳에는 60일 이내 제약 없이 신규 출점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어 규약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갈등은 편의점 간에만 일어나지 않는다. 최근 업종 간 경계가 흐려지면서 편의점과 카페, 외식전문점,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 많은 점포를 거느릴수록 본사는 배불러진다. 질적 성장 없는 외형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전체 매출보다 가맹점당 매출에 신경 써 줄 것을 모든 프랜차이즈 본사에 기대한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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