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들이 경기 부진과 고금리 장기화,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경영난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고 있다. 2024년 12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의 ‘사업자 현황’ 통계를 활용해 2023년 폐업사업자 수를 집계한 결과, 총 98만6000명이 폐업해 전년 대비 13.7%(11만9000명) 증가했다. 이는 100만명에 육박하는 수치로 비교 가능한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2023년 폐업사업자 수는 코로나 19로 어려웠던 2020년(89만5000명), 2021년(88만5000명)은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84만4000명), 2009년(84만1000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폐업사업자 중 다수는 음식업(16.2%), 소매업(15.9%) 종사자다. 소상공인이 많은 업종의 폐업률이 높은 편이다. 이는 골목상권을 책임지는 ‘소규모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2024년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 전 분기 대비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내림세를 보였고, 투자수익률도 전 분기 대비 하락했다. 임대가격지수는 시장임대료 변동을 나타내는데 전 분기 대비 0.07%(해당 수치는 상가통합, 중대형 상가 0.04%, 소규모 상가 0.11%, 집합상가 0.12% 각각 하락) 하락한 상황이다.
서울 성수∙압구정∙용산과 부산 광안리 등은 핫플레이스 상권 또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으로 매출 증가세를 보인 곳도 있으나 그 외 상권은 유동인구 분산에 따른 매출 감소로 인해 상권 침체가 깊어지며 임대가격지수가 하락했다.
소비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로 지방 대다수의 상권은 임대료 하향조정과 공실률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3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건축 연면적의 50% 이상이 임대되고 있는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 초과인 건물)의 공실률은 12.7%를 기록했고 소규모 상가는 6.5%(건축 연면적의 50% 이상이 임대되고 있는 2층 이하이고, 연면적 330㎡ 이하인 건물), 집합상가는 10.1%(건축 연면적의 50% 이상이 임대되고 있는 건물)로 공실률이 높았다.
임대인 없는 빈 상가가 늘다 보니 상가 분양시장의 신규공급 실적은 저조한 모양새다. 부동산R114가 조사한 상가 분양 점포 수는 2022년 2만5807개에서 2023년 1만2817개로 50.3% 급감한 데 이어 2024년 12월 942개를 기록해 1000개 이하로 축소했다.
오프라인에서 점차 온라인으로 구매경로를 변경하는 유통환경의 흐름과 정국불안 및 경기 위축에서 오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경영 여건 악화는 2025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난조와 분양환경 악화로 관련 인허가∙착공 건수가 감소하며 향후 공급물량 조절 기회는 점차 증가하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상가 수익률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내수 부진은 사업자 또는 자영업자의 경영난으로 직결되고 있어 2025년에도 상가 임대차 및 분양 수요의 확실한 회복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2025년 경기가 전년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당분간 공격적인 상가투자는 금물이다. 상가 관련 임차나 매입·분양 모두 꼼꼼한 상권분석을 통한 알짜 위치 선정이 필요하다. 공실 위험 고려와 세후 임대수익률의 적정성을 따져 무리한 대출을 통한 매입은 자제해야 한다.
상권 양극화를 고려해 서울 성수 연무장길, 강남 압구정 등 팝업스토어의 성지나 용산 용리단길 등 핫플레이스 상권 위주로 MZ세대가 집중되고 있는 곳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겠다. 명동∙홍대∙합정 등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매출 상승 기대감이 높은 곳 위주로 투자를 제한하면서 소비시장과 내수 활성화 여부를 잘 살펴보고 투자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전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