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좋은 CEO가 되고 싶었다. 국민은행에서 필자에게 기업 컨설팅을 주기적으로 받는 기업 대표와 식사자리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그는 본인이 다니던 대기업에서 외주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동료들과 함께 창업의 기회를 잡았다고 했다. 실제 주주명부에도 창업자들의 이름과 오랜 세월을 함께한 몇몇 직원들의 이름이 있었다.
창업 초기에는 모두 가족같이 지냈다고 했다. 이 기업 대표는 본인 자녀가 아파도 일을 했지만, 임직원 자녀의 이름, 생일은 모두 챙겼다. 임직원들이 합심해 매년 두 자릿수 매출액 성장률을 기록하며 힘든 줄 모르고 즐겁게 일했다.
그런데 매출액이 100억원을 기록하던 때에 임원과 직원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건으로 사소한 충돌이 있었고, 이후 임원들과 몇 가지의 경영상 문제에 이견을 보이다가 첫 번째 이탈자가 나왔다고 했다. 특히 퇴직금 지급규정 해석을 두고 소송 직전까지 갔고,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지금까지도 지분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직원 퇴직금은 월급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정하는데, 임원의 경우 여기에 배수를 추가로 곱해 산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첫 이탈자는 비등기 임원이었다. 배수가 적용된 임원 퇴직금지급규정이 비등기 임원에도 적용돼야 하는가를 두고 논쟁이 있었고, 지급규정에서 배수를 소득세법상 배수로 한다고 기술하고 있는데 해당 임원이 근무하는 동안 소득세법상 배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개정돼 이에 대한 적용방법을 두고 큰 언쟁도 벌였다고 했다.
또한 지분을 정리하는 것까지는 합의가 됐지만, 정리금액과 관련하여 재무상태표상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가 아니면 상속 및 증여세법상 주식가치 평가액으로 해야 하는가, 혹은 회계법인에 미래의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평가받아야 하는가에 관해 주장이 끝까지 대립했다고 한다. 이러한 논쟁은 이후 다른 임원들의 회사에 대한 로열티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위와 같은 이슈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회사는 성장했다. 신규 공장 증설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본사와 거리가 있는 수도권 외곽에 제2공장을 건립하려는 과정에서 기존 직원 일부는 공장 이전에 반발해 위로금과 사택 제공을 요구했다. 대표이사는 여기까지는 수긍했다. 문제는 사택을 요구하는 직원 중 일부가 반드시 아파트를 요구하기도 했고, 또 다른 직원은 자택에서 출퇴근할 테니 차량과 주유대를 따로 요구했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 수준에서 어디까지 수용해야 적절한 것인지 아무리 고민해봐도 모르겠다고 했다.
여기에 최근 이미 퇴직한 직원들 간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상호 고소 및 고발을 한 상태이며, 이를 회사가 방치했다고 본인도 고발당할 수 있다고 했다. 대표이사는 정말 괴롭힘이 있었는지 몰랐다면서 앞으로는 교육을 강화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고, 그동안 한국의 기업들이 인권에 얼마나 무심했으면 이러한 법이 생겼을까 싶었다. 한편으로는 회사가 학교도 아니고 임직원들 인성교육까지 시켜야 하는 것 같아 억울했다고 하소연했다.
이 대표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매출액 증가로 직원들 급여를 올려줄 수 있으니 자신이 창업한 회사는 좋은 회사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은 좋은 CEO인가 의문이 들고 괜히 창업해서 많은 사람을 고생시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이 식사자리에 동석한 임원을 가리키며 “이 임원은 사실 대기업 입사 동기인데, 정년 전에 희망퇴직 후 본인 회사에 재취업한 케이스”라며 가장 부러운 사람이라 했다. 해당 임원의 입장을 들을 기회는 없었지만, 그 임원의 표정에서 원래 ‘인생은 고통의 바다’라 했던 옛 성인의 말씀이 떠올랐다. 지난해는 정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2025년은 다소 버거운 외부환경이 펼쳐질 거란 전망이 많으나, 어떻게 하겠는가. 또다시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가 보자.
<KB국민은행 기업성장지원부 최정욱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