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부터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정보주체인 개인에게 데이터 주권과 결정권을 돌려주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 시대가 활짝 열렸다.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취득하기 위한 사전 신청에 60여개의 금융회사, 빅테크, 핀테크 업체들의 신청이 몰리는 등 금융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마이데이터 시대에 가장 기대되는 변화는 이종 산업 간의 데이터 융합과 활용이 용이해지는 점이다. 예를 들면, 금융 거래 정보와 쇼핑몰 구매 이력의 결합으로 생성된 새로운 종류의 데이터를 금융상품 추천에 활용이 가능해진다.
이종 데이터의 융합은 금융 산업의 전체 지형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용평가 산업의 경우, 비금융 대안 데이터(alternative data)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의 활성화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거래시 가장 중요한 신용도를 평가할 때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하는 ‘대안신용평가’는 금융권의 오랜 화두 중 하나였다. 여기서 ‘비금융정보’는 공공요금 납부이력, 통신요금 납부이력, 전자상거래 내역 등 금융 이외의 경제 활동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의미한다.
대안신용평가는 충분한 상환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용도를 낮게 평가받았던 씬 파일러(thin filer: 최근 2년 내 신용카드 사용실적이 없고 3년 내 대출 보유 경험이 없는 사람)들의 신용도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한 신용평가기관에서 씬 파일러 약 300만 명의 5년간 신용평점 변화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중 54.2%가 1~3등급의 우량 고객으로 판별되었다고 한다.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약 700만명 이상이 신용 상향의 혜택을 보게 되는 셈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많은 기업이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하여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기업 가치가 2조 7000억원에 달하는 스웨덴의 핀테크 기업 클라나(Klarna)는 고객의 전자상거래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하여 할부 금융 또는 대출을 판매한다. 미국의 핀테크 업체 렌도(Lenddo) 역시 통신 데이터, SNS 활동 정보 등을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파이낸셜, 핀크, 팀윙크와 같은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이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발표하는 등 활성화가 기대된다.
한편 개인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보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요건 95개 중 75개가 보안 관련 항목이라는 점은 이를 증명한다. 활용되는 정보의 양과 종류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진다는 점에서 보안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보안 관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마이데이터의 활성화가 금융 소비자들의 대출, 카드 발급 등 금융 생활에 큰 효익을 줄 것이고, 금융정보의 비대칭 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정보가 없어도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대, 이미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
<김형석 팀윙크 대표 : 신용관리 특화 자산관리 앱 ‘알다‘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