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3D 홈 디자인’의 시대가 도래했다. 실제 집 구조와 똑같은 가상공간에서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원하는 인테리어를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3D 공간에서의 인테리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가구 배치 등이 가능해 편의성과 효율성이 높다. 비싼 돈을 들여 전문가에 맡길 필요가 없어 부담도 덜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3D 인테리어 시장은 불모지였지만 급속한 기술 발달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 선두엔 어반베이스가 있다. 어반베이스는 2D 도면을 단 몇 초 만에 직관성 높은 3차원 공간으로 변환시키는 ‘오토스케치’ 기술을 기반으로 일반인 대상의 올인원 인테리어 플랫폼 ‘어반베이스’와 기업 고객 대상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형태의 B2B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타사보다 진일보한 3D 공간 변환 기술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함으로써 창업 8년 만에 직원 수 60여명, 누적 투자액 230억원의 중견 프롭테크로 성장했다.
국내 아파트 95% 3D 도면 데이터 확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9일 3D 홈디자인 전성시대를 연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를 만나 3D 인테리어 시장 현황과 향후 전망,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하진우 대표는 “어반베이스는 국내 아파트 95%의 3D 도면 데이터와 7000여개의 모델링 제품을 데이터화함으로써 가구·가전·인테리어 업계는 가상공간에서 자사 제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일반인은 자신의 집을 입맛에 맞게 꾸며볼 수 있는 인테리어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반베이스의 핵심 기술인 오토스케치는 그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기업들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게 하 대표의 설명이다. 기존에도 2D 도면을 3D 이미지화하는 기술이 활용됐다. 하지만 저효율 고비용 수집 방식으로 인해 데이터를 대량 확보하기가 어려웠고 활용성도 떨어졌다.
어반베이스는 인공지능(AI)의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도면 변환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2014년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2016년엔 이 기술로 3D인테리어 베타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는 물론 일본·미국·유럽·중국·홍콩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해당 기술로 데이터 확보가 빨라져 더 많은 아파트의 도면을 확보 및 데이터화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서비스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그 외 어반베이스가 보유한 특허는 44개에 이른다.
하 대표는 “오토스케치 기반의 올인원 인테리어 플랫폼인 어반베이스는 집의 인테리어 시뮬레이션부터 시공까지 한번에 연결된 경험을 제공한다”며 “한두 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유명 가구·가전·인테리어 업체의 제품과 마루, 벽지, 창호 등을 가상의 내 집에 직접 배치 및 비교해보고 실제 시공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구 및 인테리어 업체는 어반베이스의 플랫폼을 활용해 자사 제품을 고객에게 소개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어반베이스와 비즈니스 제휴를 맺은 기업으로는 LG전자, 롯데하이마트 , 신세계까사, 일룸, 에이스침대 등이 있다.
생애주기 고려한 ‘롱 라이프 서비스’
어반베이스는 코로나19에 따른 인테리어 열풍을 타고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월 5000~6000명 수준이었던 이용자 수는 코로나 이후 월 5만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누적 가입자도 10만여명에 달한다.
일각에선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성장세일 뿐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지만 하진우 대표는 “오히려 그 반대”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어반베이스의 3D 인테리어 서비스는 일회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맞춤형 ‘롱 라이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하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서비스 론칭 때부터 이용해 온 한 유저는 처음엔 우리 플랫폼으로 혼자 지낼 원룸을 꾸몄는데, 3년 뒤엔 결혼을 해서 신혼집으로 아파트를 인테리어해 뭉클했다”며 “커스텀 인테리어에 더해 교육 등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반베이스는 대기업 투자 유치와 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다른 프롭테크와 달리 재무적 투자(FI)에 그치지 않고 전략적 투자(SI)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하 대표는 “B 라운드 투자부터는 우미건설, 신세계, 한화호텔앤리조트 등 가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대기업들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삼성과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도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1위 니토리와 협업… 동남아 진출 계획
하 대표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향한 의지도 내비쳤다. 이미 어반베이스는 지난해 일본 1위 가구기업인 니토리와 협약을 맺고 3D 인테리어 서비스 및 공간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니토리는 작년 2월 기준 6조7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일본 포함 전세계 607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 중이다.
다음 공략 타깃은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이다. 이 중 싱가포르의 경우 아파트 20만실 정도의 3D 공간데이터를 구축한 상태다. 하 대표는 “싱가포르는 서구권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올해 중반엔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라며 “베트남의 경우 역동적인 성장률을 기록 중이고 소득 성장률도 높은 편이라 가능성이 충분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향후 3D 인테리어라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사업 초기엔 몇십 군데 투자자로부터 거절만 당했지만, 지금은 어반베이스의 기업 인지도가 높아지고 고객의 라이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꾸준한 기술 개발과 서비스 개선을 통해 홈 인테리어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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