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웰니스-지속가능한 치유] “모두를 위한 여행 되려면 장애인 이동권 마련돼야”

◆홍윤희 무의 이사장 인터뷰
“관광하려 해도 물리적 접근성 낮아
이동권 마련 시 해외 관광객 유치”

[정희원 기자] “여행의 시작은 ‘편안한 이동’에서 비롯됩니다. 휠체어가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결국 진정한 의미의 ‘웰니스’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Muui)’의 이사장은 휠체어를 타야 하는 17세 딸을 둔 워킹맘이자 사회활동가다. 장애인들도 편안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나들이를 떠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그는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성이 증진되는 것은 향후 국내 웰니스 여행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일, 홍윤희 이사장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조윤희 무의 이사장이 배리어프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장애인의 이동권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한번의 나들이는 무척 고된 일이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 화장실 찾기도 곤란하다. 식당에서는 ‘휠체어를 받지 않는다’고 거부하기도 한다. 국내 120만명 지체장애인들의 여행 자체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지도 제작’을 첫 시작으로 꼽은 계기가 있나.

 

“현재는 지하철 역사마다 엘리베이터가 많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한번은 출근길에 환승을 하다 역내 휠체어 리프트가 고장났다는 것을 보고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딸인 지민이가 함께 있었다면?’

 

이후 2016년 무의를 설립했다. 현재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 인천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 등을 시작으로 나들이에 도움이 되는 ‘궁 어디까지 가봤니? - 휠체어 지도’, ‘서울 4대문 안 휠체어로 갈 수 있는 체험학습장소 소풍지도’ 등을 제작해 무료로 배포 중이다.”

 

-국내를 찾는 여행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무래도 관련 정보가 부족한 편이다보니 해외에서도 연락오는 경우가 많다. 일본 관광객 A씨의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이 분은 한국 탤런트를 너무 좋아해 국내를 9차례 방문한 바 있다.

 

이번에는 ‘경희대 평화의 전당’을 찾고 싶다고 했다. 다만 해당 장소가 산꼭대기에 있어 이동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수차례 전화를 통해 확인하고, 혹시 모를 불편함에 대비해 현장에 함께했다. 장애인 좌석이 따로 없어 통로에 앉을 수 있도록 마련했다. 이동 수단의 경우 프리미엄 택시를 예약해 휠체어를 챙길 수 있도록 했다.

 

A씨는 팬심으로 한국을 열정적으로 찾았지만, 그럼에도 분명 불편하게 다녔을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생각해보자. 지방으로 가는 버스는 많지만 단 한 대의 버스도 휠체어가 탈 수 있는 기능을 갖추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은 결국 선택의 여지 없이 지하철을 이용해야 한다. 지방으로 가려 해도 KTX나 SRT가 닿는 노선 위주로 다녀야 한다. 한국은 아직 장애인 관광객들이 다닐 수 있는 물리적 접근성 자체가 낮은 편이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콘텐츠 분야가 있다면.

 

“현재 비장애인 리서처들과 서울 시내 지하철역 50개역 주변의 휠체어로 갈 수 있는 음식점, 카페, 화장실, 편의점 정보를 채워가고 있다. 휠체어 이용자와 교통약자들이 편안하게 관광하고 외출할 수 있는 물리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실 아직도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소상공인 상업시설의 대부분은 관련 시설이 없다. 법적으로 장애인 편의를 돕는 시설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도 줄어든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다녀도 괜찮은 편의시설 정보가 절실한 이유다. 모인 자료는 향후 일종의 공익 데이터가 되길 바란다.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정보들이 고여있지 않고 확산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장애인 관광객의 이동권이 제대로 갖춰졌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면.

 

“향후 해외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이미 관광도시로 떠올랐다. 장애인뿐 아니라 교통약자가 우리나라로 놀러왔을 경우, 실질적인 편의성 면에서 얼마나 준비가 됐나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모두를 위한 관광’이라는 개념이 뜨고 있다. 어르신들이 부담없이 걸을 수 있고, 유모차가 다니기 좋은 곳은 결국 휠체어도 가기 편한 곳이다.

 

장애인들의 이동권에 도움이 되는 표지, 엘리베이터, 무장애도로 등이 모두의 편안한 관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만들면 어르신들이 더 많이 이용한다. 거의 1대6 수준이다. 이같은 시설 확충은 교통약자의 웰니스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선진국의 경우 고령화가 굉장히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통약자의 눈높이에 맞게 대중교통 편의성을 높이고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배리어프리’ 활동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될 것이다.“

 

◆홍윤희 무의 이사장은…

1973년생, 직장생활 24년차 워킹맘이다. 이베이코리아에서 21년간 근무하다 올해 퇴직했다. 딸 지민 양(17)이 2006년 척추종양을 갖고 태어나 암투병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타게 되며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18년 한국장애인인권상 인권실천 부문, 2021년 KT희망인나눔인상 등을 수상했다. 카카오 사회공헌재단인 ‘카카오임팩트’가 선정한 사회혁신가로 활동 중이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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