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이 밝았다. 해가 바뀌면 뭔가 좋은 일이 생겼으면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2023년 세계 경제는 ‘R(경기 침체)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유럽연합, 중국이 모두 동시에 둔화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국가들이 경기침체에 빠져 올해는 작년보다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해 10월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했지만 최근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어 세계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세계 경제 위기의 경고음이 커졌다. 세계가 금융 불안과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경제도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3고’와 신음한 국내 경제는 올해도 어려운 상황에 놓일 전망이다. 한국경제 핵심 동력인 수출이 흔들리고 최근 잠시 살아나는 듯했던 내수마저 침체의 길로 들어서면서 복합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및 주요 기관이 제시한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1%대 중후반 수준에 그쳤다.
이는 잠재성장률인 2%를 밑도는 수준이며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오일쇼크를 겪었던 1980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등을 제외하면 한국경제가 2%도 성장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본다. 다만 침체의 강도 차이가 있을 뿐이다. 향후 경기는 대내외 여건변화에 따라 2023년 중 반등의 전환점을 찾는다면 완만하게 회복되는 ’U’자형 경기 추세를 보이거나 2024년까지 침체가 이어진다면 ‘L’자형의 경기 추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아주 희박하지만 오히려 내년 경제가 예상보다 좋을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연준의 긴축 중단, 중국의 경기 활성화 조치로 세계 경제 회복이 빨라져 수출 부문을 중심으로 경기가 반등한다면 ‘V’자형의 경기 추세인 낙관론도 존재할 수는 있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세계 대전망’을 ‘영구적 위기(Permacrisis)’라고 한 단어로 요약했다. ‘영구적인(Permanent)’ 과 ‘위기(Crisis)‘의 합성어로 ‘불안정과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을 뜻한다. 향후 세계 경제에는 주요국의 금융긴축 기조에 따른 금융불안, 지정학적 갈등 심화로 인한 식량 및 에너지 급등, 중국 경제 부진 심화 등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매우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3년은 그 어느 때 보다 위험하고 암울한 한 해가 될 이유가 많지만, 모든 위기는 새로운 가능성을 낳는다”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향후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될 인도를 중심으로 아시아 신흥국이 세계 경제를 견인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한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비롯된 에너지 충격은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 역사의 전환점이 되는 등 환경과 에너지 부문에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군사적 긴장감, 저성장 시대의 생존법 등으로 기술이 주도하는 성장도 기대되기도 한다. 세계 경제의 질서가 대전환기를 맞은 이때 회복력을 확충하고 새로운 기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경영 전략 분야의 거장급 연구자 중 한명인 데이비드 J. 티스(David J. Teece) UC버클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보유한 자원과 역량을 환경 변화에 맞춰 재구성하고 조정하는 능력인 ‘동적역량(Dynamic Capabilities)’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적 역량 활동은 새로운 기회와 위기 인식(Sense), 기회 포착(Seize), 기업의 핵심역량 변화(Reconfiguration)로 구성돼 있으며 이러한 활동을 통해 국가나 기업 모두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갖춰야 한다.
2023년은 정말 힘든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어느 하나 쉽게 해결될 문제가 없기에 정부·기업·가계 모두 닥쳐올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비효율 및 위기 요인을 제거하고 차세대 먹거리를 육성하는 구조 개혁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단기적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기회 요인을 찾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중장기 사업 전략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위기 속에서 성장 기회 선점과 지속 가능 경쟁력 확보 노력을 착실히 해나가면 더 크고 강한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법무법인(유)지평 기업경영연구소 정민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