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지난해 2월 대비 17.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015년 6월 당시 해당지역 아파트 평균 가격을 기준(100)으로 삼고 이후 상승 또는 하락 정도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측정한 값이다.
20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 자료를 기반으로 자체 딥러닝 모형을 통해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산출한 결과 이와 같은 결과가 조사됐다. 시도별로 가장 크게 하락한 지역은 -21.5%를 기록한 인천이었으며, 그 뒤를 세종(-19.9%), 경기(-19.8%), 대구(-18.9%), 대전(-18.1%), 부산(-16.6%), 서울(-16.6%) 등이 이었다.
상세 추이를 살펴보면 이른 침체를 겪은 대구와 세종을 제외한 타 지역은 대부분 지난해 7월부터 전년 대비 마이너스 추세로 돌아섰다. 이중 지난 2021년에 큰 폭의 집값 상승세를 보였던 경기, 인천 지역의 하락 전환이 두드러졌다.
한편 수도권 3개 시도와 세종시는 올해들어 하락 추세가 둔화되고 일부 반등이 시작되는 경향이 포착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년대비 -10% 이상의 높은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타 시도 역시 작년 대비 하락률은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집값 반등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직방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지난달 기준 노원구와 도봉구의 가격이 전년 동월대비 각각 -20.4%, -20.0%로 가장 가파르게 하락했다. 그 밖에는 강동구(-19.1%), 구로구(-18.9%), 양천구(-18.9%), 금천구(-18.4%)등에서 상대적으로 하락률이 높았으며, 중심권의 3개 자치구(종로구, 중구, 용산구)는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하락률이 낮았다.
서울 권역별 매매가격지수 변동 추이는 동남권의 경우 서초구가 타 지역에 비해 가격 하락전환이 늦었고 지난달 기준 전년대비 하락률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강동구는 2022년 침체기의 가격하락 속도가 동남권에서 가장 빨랐으나, 2023년 들어서는 하락률이 줄어들고 반등이 시작되려는 추세가 포착됐다.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으로 불리는 북부권은 모두 작년 6월을 기점으로 전년대비 하락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강북구에 비해 과거 높은 가격 상승을 보였던 도봉구, 노원구에서 침체기의 하락추세도 더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전철 노선별로 아파트매매가격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달 기준 4호선 역세권 아파트 가격 변동률이 -19.7%를 기록하며 타 노선 역세권 대비 하락폭이 컸다. 3호선(-16.6%)은 비교적 하락률이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계열 추이를 보면 1호선, 4호선, 신분당선 역세권 아파트들의 경우 2021년 시장 호황기때 비교적 높은 가격 상승을 겪었으나 2022년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빠르게 하락세로 전환했다.
반면 서울 내 주요 업무지역을 지나는 2호선 역세권 아파트들은 호황기때의 상승률과 침체기의 하락률이 모두 낮게 나타나,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이 덜한 것으로 집계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타 지역에 대비 비교적 하락세가 큰 지역들은 공통적으로 저금리 시기에 높은 가격 상승을 보였던 곳”이라며 “당시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로 인해 주택 매입자금 마련이 어려운 상황 속에 GTX 개통예정으로 인한 호재가 존재하고 중심지역으로의 통근이 유리하며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서울 외곽과 경기·인천 지역에 대한 매수세가 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지역이 되자 미국발 금리인상의 타격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함 랩장은 “올해들어 수도권 3개 시도와 세종시에서는 부동산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으로 일부 반등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다만 미 연준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등 긴축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섣부르게 향후의 시장 동향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