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설렘을 안겨주는 계절이지만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에겐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고통의 계절이다.
봄철에는 수많은 수목류 꽃가루가 하늘을 잠식하며 황사, 미세먼지까지 겹쳐 제대로 숨을 쉬기 어려운 나날이 이어진다. 공기 중 항원에 과민반응이 나타나는 알레르기 비염은 2020년 기준 성인 5명 중 1명이 환자일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재채기와 코막힘, 콧물 등의 증상은 얼핏 보기에 코감기와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코감기가 발열, 기침, 가래 등 다른 증상을 동반하고 약 일주일 정도면 호전되는 것과 달리 알레르기 비염은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것과 결이 다르다.
조영훈 클리오닉의원 이비인후과 원장은 “요즘엔 약국에서 알레르기 환자를 위한 약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며 “이렇다보니 병원을 찾지 않고 이러한 약물만 사용하는 환자도 쉽게 볼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 발생 초기에 항원을 찾아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다면 증상이 만성화되어 고통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코막힘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혈관수축제를 남용하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인해 코 안이 부어오르거나 약물에 내성이 생겨 일종의 약물성 비염 등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자가 진단과 치료는 금물이다.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지면 부비동염, 중이염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조영훈 원장은 “알레르기 비염 환자라면 환절기에 주변 환경의 청결도를 철저히 유지해야 한다”며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여 공기 중의 항원 물질로부터 코 점막을 보호해야 하며 귀가한 직후 샤워를 하거나 최소한 세수, 손과 발을 닦는 정도는 꼼꼼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출 시 입었던 옷에 꽃가루 등 항원이 묻어 실내로 유입될 수 있으므로 별도로 보관하는 것이 좋고 환기를 할 때에도 꽃가루 등이 가급적 적은 아침 시간대를 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 물질을 파악해 이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다. 이미 비염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개별 증상에 맞춰 약물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조영훈 원장은 “알레르기 비염에는 주로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는데 약물의 종류에 따라서는 졸리거나 나른한 느낌이 들 수 있으므로 자신의 상황을 의료진에게 면밀히 이야기하여 잘 맞는 약물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알레르기 비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면 만성적인 코막힘으로 인해 두통, 수면장애, 심지어 기억력이나 집중력 저하와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천식이나 축농증 등 호흡기 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환임을 잊지 말고 발병 초기 적절히 대응하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