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후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거나 더위를 심하게 타 고생하는 중장년층 여성이 많다. 이러한 증상을 단순히 갱년기 때문이라 여기고 방치하기 쉽지만, 알고 보면 갱년기가 아닌 갑상선 기능 항진증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신진대사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질환으로, 50~60대 여성에게 유독 잘 생긴다.
갑상선은 목 앞 부분에 있는 나비 모양의 내분비기관으로, 이곳에서 생성되는 갑상선호르몬은 심장과 위장관의 운동부터 체온 유지까지 인체의 신진대사에 관여한다.
그런데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인해 갑상선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우리 몸이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게 되고 그로 인해 유독 더위를 잘 타고 땀이 많이 나는 상태가 된다. 여름철에는 이러한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데 평소보다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탄다고 느낀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생기면 심혈관계가 지나치게 많이 활동하면서 맥박이 빨라지며 손이 떨리는 이상 증세가 생길 수 있다. 식욕이 증진되지만 역으로 체중이 감소한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함이나 우울증,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위장 기관의 소화 운동도 빨라지기 때문에 배변이 잦아지며 여성은 생리 주기가 불규칙적으로 바뀔 수 있다. 놀란 것처럼 눈이 튀어나와 보이는 안구돌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하나 그 중 하나가 그레이브스병이다.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인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용체에 항체가 형성되면서 갑상선이 필요 이상으로 자극되어 갑상선호르몬의 과다 분비를 유발한다.
다행히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혈액검사,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단,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증상을 단순한 갱년기 증상이나 더위를 타는 것 정도로 치부하고 방치하기 쉬우므로 갑상선질환 치료 경험이 많은 내과 등을 방문하여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아야 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 대한 약물 치료는 통상 1~2년 정도 진행되며 이후 약물의 투여를 중단하고 재발 여부를 확인한다. 많은 환자들이 약물 치료만으로도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나 재발되었다면 동위원소 치료나 수술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수술을 통해 갑상선을 절제하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수술보다는 약물치료나 동위원소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권상재 수원 연세베스트내과 원장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갑상선 중독증으로 인해 고열, 부정맥, 심부전 등이 발생하여 갑자기 사망할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초기에 발견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항갑상선제를 이용한 약물 치료를 통해 충분히 증상을 개선할 수 있으므로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