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늦어지는 한남2구역 재개발…“재신임 vs 교체”, 대우건설 시공권 유지할까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지역 모습. 송정은 기자

 ‘118 프로젝트? 현실성이 있는 것인가.’

 

 지난해 11월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을 놓고 지역 조합 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우건설이 입찰 당시 걸었던 공약인 이른바 ‘118 프로젝트’가 서울시와의 불협화음으로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이 아니냐는 시선이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조합은 지난 1일 보광동주민센터에서 대의원회를 열고 시공사 대우건설 선정 재신임 안건을 ‘반대’ 의견으로 통과시켰다.

 

 투표에는 총 94명의 대의원 중 88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60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이 많아 우선 시공권 유지로 가닥이 잡혔지만 오는 17일 조합장 직권으로 임시총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다시 상정해 조합원 대상으로 다시 한번 대우건설에 대한 재신임 여부 투표에 돌입한다.

 

 시공사 재선정시의 시간과 비용 소모를 우려하며 대우건설의 재신임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지만 조합장 직권 상정으로 재투표를 진행하는 만큼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다수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118 프로젝트의 허상

 

 대우건설의 시공사 계약 해지 안건을 논의한 이유는 ‘고도제한’ 완화 조건 때문에 조합 내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시공사 선정 당시 고도제한을 118m까지 풀어 최고 21층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118프로젝트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118프로젝트는 입찰 당시부터 논란이 됐다. 한남2구역은 인근 남산의 경관 보호를 위해 재정비 촉진계획에 따라 건물 높이 90m 규제를 받고 있는 지역이다. 대우건설은 향후 서울시 계획에 따라 고도제한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근거한 층수 설계를 제안한 것이라고 이를 계속 주장하며 추진했다.

 

 입찰 당시 경쟁사였던 롯데건설과는 다르다. 롯데건설은 고도제한 완화와 관련해 서울시에서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우건설의 제안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 시점에서는 롯데건설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실제 한남2구역 고도 제한 완화와 관련, 서울시도 회의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남2구역이 속한 한남뉴타운은 서울 중앙에 위치한 지리 특성상 강변북로를 따라 조성되는 한강·남산 경관의 핵심인 까닭이다. 자칫 특혜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 고도 제한 완화는 쉽지 않다는게 업계의 시선이다. 

 

◆신뢰잃은 대우건설, 재신임 vs 새판짜기 

 조합은 앞서 대의원회에서 시공사 재신임 안건 반대의견이 우세했음에도 17일 임시총회를 강행해 다시 한 번 대우건설 시공사 선정 재신임 투표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놓고 현재 지역과 조합의 분위기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한남2구역 조합원 A씨는 “내년 8월말까지 118 프로젝트와 관련해 서울시 검토를 기다려보고 불가능할 경우, 시공사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조건을 건 만큼 현재로서는 대우건설 흔들기가 사업 진행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대우건설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조합원 B씨는 “입찰 당시 대우건설이 불리한 전세를 뒤엎는데 118 프로젝트 제안이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시공사 선정 후 1년이 지나도록 본계약 체결을 커녕 유의미한 사업진행 자체가 없다”며 “조합 내 문제도 작용했지만, 애초에 118프로젝트는 성사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게 맞았다. 더 늦기 전에 시공사 교체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우건설은 내년 8월31일까지 118 프로젝트 성사와 관련한 서울시의 판단을 기다려 본 후, 최종적으로 불가 판정을 받을 경우 한남지구 지침 및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성과물과 대안설계 성과물을 조합에 귀속시킨다는 약속을 했다.

 

 또 118 프로젝트 불가를 사유로 한남2구역 시공사 지위 해제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118 프로젝트 불가 시에도 시공사로 인정받는다면 미달성률 만큼 물가인상률 차감 및 착공기준일 유예 등을 적용할 계획이다. 

 

 조합 측은 대위원회에서 직권 상정으로 대우건설과의 결별을 위해 임시총회를 다시 개최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말을 아꼈다.

 

 대우건설 측은 “118 프로젝트의 성패 여부와 관련해 서울시의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혼란을 겪고 계신 조합원을 상대로 차분하게 설명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라며 “(한남2구역에서) 하이엔드 주거명작을 선사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총회 개최를 제고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남2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5005m² 규모 부지에 총 30개동(지하 6층∼지상 14층), 1537채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중 조합원 세대수는 908세대, 일반분양은 391세대, 임대는 238세대다. 총공사비는 7900억원 규모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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