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부 장관 "국가가 사기 피해자 직접 구제, 전례 없는 법률안"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피해자법 개정안 재의요구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담은 특별법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사인 간 계약에 따른 사기 피해자를 국가가 공공의 자금으로 직접 구제하는 전례 없는 법률안”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2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거부권 관련 브리핑을 열고 재의요구 제안 이유에 대해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나 다단계판매 사기 등 다른 사기 피해와 전세사기 피해 모두 범죄로 인한 피해임에도 전세사기 피해에 대해서만 다르게 대우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른바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단독 표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안건 상정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박 장관은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주무 장관으로서 책임 있는 조치를 다 하겠다”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기 피해자 구제 형평성 외에도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 과정에서 공정한 가치평가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고,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사용하는 것은 기금 설치 목적과 용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기관이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선순위저당채권 매도 요청에 응하도록 하는 것은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도 봤다.

 

국토부는 지난 27일 정부 대안을 발표했다. 정부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고 경매차익을 활용해 피해자에게 추가 임대료 부담 없이 살던 집에서 최대 20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이익도 돌려주는 게 핵심이다.

 

박 장관은 “국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며 “지난 27일 경·공매 시스템을 활용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제시한 만큼 대안의 내용 그 자체에 주목하여 어느 대안이 더욱 신속하고 실질적이며 타당한 방법으로 지원해 주는가를 꼼꼼히 따져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야권이 단독 처리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4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이날 중으로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면 4개 쟁점 법안은 국회 재의결을 하지 못해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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