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강소 기업을 가다] ‘맛집 편집숍’ 먼키 김혁균 대표 “자영업 시장의 그늘, 걷어내고 싶었죠”

 음식점을 운영하려면 요리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홀 서빙, 배달, 계산, 고객관리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넘친다. 김혁균 대표가 이끄는 먼슬리키친(먼키)은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의 일손을 해결해준다. ‘장사는 먼키가, 사장님은 요리만’할 수 있는 이른바 맛집 편집숍을 지향한다.

 

 지난 27일 정오 먼키 서울 시청점, 점심시간이 되자 노트북으로 개인 업무를 보며 샐러드를 먹는 직장인, 여러 팀원과 함께 각자 선호하는 메뉴를 고르고 있는 손님과 메뉴를 픽업하는 배달기사까지 매장 내부는 빈 좌석을 찾을 수 없이 가득 찼다. 인기 있는 매장의 경우 밀려오는 주문에 잠시 앱 주문을 막아둘 정도다.

 ‘먼슬리키친(Monthly kitchen, 월간식당)’은 구독경제 시장을 겨냥한 사명이다. 과거 정해진 기간 신문 잡지 등을 구매해 읽는 것을 의미했던 ‘구독’은 이제 정기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콘텐츠 등을 소비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구독경제의 의미가 변화하고 확장하면서 먼키도 전성기를 맞았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김혁균 먼키 대표는 “국내 자영업 시장에 드리워진 그늘을 조금이라도 걷어내고 싶었다”고 먼키의 시작을 돌아봤다. 코로나19 시기를 지나 여전히 진행 중인 자영업자의 고충에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리스크 줄이고 효율성 높인 ‘디지털 전환’

 

 김 대표는 “식당은 단순히 음식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다. 맛집의 존재만으로 지역 커뮤니티에 활기를 줄 수 있다”며 “인건비 상승과 같은 외부 요소 때문에 경쟁력을 잃고 쇠퇴하게 된다면, 우리가 상실하는 건 식당이 아니라 추억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외식업 폐업률은 10%다. 김 대표는 국내 외식업의 가장 큰 어려움을 ‘시설투자비 부담’과 ‘디지털 인프라의 미비’라고 판단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자본 리스크와 낮은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했다. 먼키가 ▲창업 방식의 혁신(공유주방) ▲운영 방식의 혁신(올인원 디지털화) ▲결제 방식의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이유다.

 

 수요가 높은 시간대면 치솟는 배달비도 소비자들에겐 부담이다. 반면 먼키는 인근 지역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수록 시장이 받는 비판도 커진다. 결국 소비자의 외면을 불러올 것”이라며 “먼키는 자체주문배달 앱인 먼키앱으로 주문시, 일정 거리 내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의 부담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먼키앱을 통해 식사시간과 픽업 시간을 맞춰 설정할 수 있는 개인화 서비스, 도착시각에 맞춰 배달시간, 출발시각을 설정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메뉴 선택 하나에도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식사시간만큼은 온전히 지키고자 하는 요즘 세대의 성향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앱서비스는 식사시간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김 대표는 “많은 식당이 피크 시간에 쏟아지는 주문량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매장의 규모가 협소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고민에 착안해 앱에 예약 기능을 탑재했다. 여러 식당의 메뉴를 신속하게 배달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문식사 때도 가능한 예약 서비스는 웨이팅 시간을 줄이고 회전율을 높이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AI를 통한 수요 예측, 주문·매출 통합 관리 등 데이터를 분석하고 제공하는 것이 본사의 주요한 역할이다. 점주는 오로지 요리에 집중하면 된다. 빅데이터 머신러닝 기반의 수요예측서비스에 관해 김 대표는 “메뉴별, 시간대별로 산출한 데이터를 전달해 다음 날 주문량을 예측해 식자재 로스를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외식 사업자들의 주요 고민인 공간·생산·수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다.

 

 고객 서비스도 본사가 책임진다. 앱에 가입하면 쿠폰을 주고 매일 다른 할인과 적립 등의 프로모션으로 다양한 메뉴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CRM 시스템(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 관계 관리)을 기반으로 쿠폰이나 캐시를 제공하기도 한다. 먼키에 따르면 입점 매장들은 점심 피크 시간에 6회전 이상의 효율을 보이고 있다.

◆ 구독경제의 성장…외식업·유통업·핀테크까지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은 흔히 이용하는 ‘푸드코트’처럼 각자 취향에 맞춰 다양한 메뉴를 주문해서 식사하고 있었다. 수백개의 메뉴 가운데 직장인의 가장 높은 선택을 받은 메뉴는 무엇인지 물었다. 김 대표는 “최근 6개 지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위는 카레가 차지했다”며 “높아지는 일식의 인기와 가성비가 시너지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2위는 백반, 3위는 취향껏 토핑이 가능한 덮밥류가 차지했다. 4위는 대표적인 한식 김치찜와 김치찌개가 올랐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불황이 이어지면서 점심 식사도 가성비를 고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특히 김치찜과 김치찌개, 백반과 덮밥 등 영양과 가성비를 함께 얻을 수 있는 K 푸드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먼키의 브랜드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가 ‘1000만원대 창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평균 창업비용은 약 1억 7000만원.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숫자다. 홀, 주방 등의 공간과 키오스크 및 포스 등 필요한 설비를 모두 렌탈하는 먼키의 운영 구조상 관리비 부담이 줄어든다. 대행서비스를 이용해 홀 관리부터 식기세척 등에 필요한 인건비도 절감해 보증금을 제외하고 1000만원대의 창업이 가능하다.

 

 론칭 5주년을 맞아 입점 계약시 1년간 ‘임대료 0원’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자영업자와 더불어 침체한 외식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김 대표의 고안이다.

 

 글로벌 통계 업체 스테티스타는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6500억 달러(903조원)에서 2025년 1조5000억 달러(2085조원)로 매년 약 18% 이상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에 맞춰 먼키는 2022년 미국 법인 ‘먼키USA’를 론칭해 현지 실정에 맞춰 통합 매장 운영 솔루션 ‘먼키 오더스(Orders)’를 운영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먼키포스의 경우 카드결제시 자동으로 수수료 가격이 포함되고 현금결제시 제외된다. 직원 횡령 방지용 ‘Anti-Theft’ 기능도 넣었다. 김 대표는 “‘Hand Held’ 기기는 주문 누락과 결제 오류를 방지하도록 설계됐고, 주문정보를 확인하는 KDS는 무선 연결이 가능하다. 주문정보의 디지털화, 원격 지원 등을 강점으로 한다”고 소개했다.

 

 외식산업의 디지털화를 발판으로 2018년 역삼역점 오픈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6개 지점, 약 13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금까지 구축한 올인원 생태계를 중심으로 외식업, 유통업, 핀테크 등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고자 한다. 그는 “향후 테이블오더 신제품 론칭을 앞두고 있다. HW(하드웨어)와 SW(소프트웨어) 일체형으로 개발해 매장 환경에 최적화한 서비스로 생활가전 수준에 머물러 있던 기존 제품보다 월등히 우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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