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할머니 보쌈’ 롱런 비결은 맛과 품질…젊은 입맛도 잡을 것” [혁신·강소 기업을 가다]

1975년 노포에서 출발한 원할머니 보쌈족발은 1991년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해 현재 약 300개 매장을 운영하는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장했다. 조성연 원앤원 전략마케팅팀 팀장은 “가장 중요한 건 맛과 품질이다. 맛있어야 주문한다”며 롱런의 비결을 소개했다. (사진=김두홍 기자)

 보쌈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 ‘원할머니 보쌈족발(원할머니 보쌈)’의 시작은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종로구 청계 8가 황학동 끝자락의 작고 소박한 보쌈집으로 시작해 49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2일 서울 강남구 원할머니 보쌈 논현직영점에서 조성연 외식기업 원앤원 전략마케팅팀 팀장을 만나 국내 대표 외식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은 원할머니 보쌈의 49년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원할머니 보쌈 = ‘원조’ 할머니 보쌈

 

 원할머니 보쌈이라는 브랜드명은 익숙하다. 그렇지만 ‘원할머니’라는 상표명은 ‘원씨 성을 가진 할머니가 차린 가게’가 아니다. 창업주는 김보배씨다. ‘할머니가 운영하는 보쌈집’을 줄여 ‘할머니 보쌈’으로 불렸지만, 유사상호 매장이 생겨나면서 ‘원조’를 붙였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원조 할머니 보쌈, ‘원할머니 보쌈’이다.

 

 원할머니 보쌈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던 1991년은 업계가 부흥하기 이전이었다. 조성연 팀장은 “당시 프랜차이즈라고 하면 레시피 전수의 차원이었다”며 “줄서서 먹는 보쌈 맛집 ‘할머니 보쌈’을 프랜차이즈화 한 건 사위이자 원앤원 박천희 대표님”이라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초창기 가맹 사업 모델을 세팅한 뒤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해 전국 약 300개 가맹점을 보유한 국내 대표 보쌈 프랜차이즈로 키웠다. 현재 원앤원은 원할머니 보쌈을 비롯해 박가부대&치즈 닭갈비, 감탄계 숯불치킨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안정적이고 꾸준한 매출이 원할머니 보쌈의 특징이다. 가장 인기 있는 건 대표메뉴인 모둠보쌈으로 보쌈고기와 다양한 김치, 쌈류가 제공되는 메뉴다. 메인 메뉴로 정통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프로모션 메뉴를 구성한다. 여름에는 열무 막국수, 겨울에는 어리굴젓 보쌈 등이다. 매운맛을 살린 불맛낙지원쌈은 시즌 한정 메뉴에서 고정 메뉴가 되기도 했다. 

◆보쌈업계 1위…롱런의 비결은 꾸준한 맛과 품질

 

 인기 비결은 무엇인지 묻자 조 팀장은 “유행을 타지 않는 메뉴 포트폴리오”라고 답했다. 보쌈은 계절도 유행을 타지 않는 선호도 높은 국민 메뉴다. 유행 아이템을 좇다 보면 금세 매출이 줄기 마련이라고 우려한 그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업종 전환을 두고 흔히 ‘간판 갈이’라고 한다. 유행을 타는 메뉴는 손익 구조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원할머니 보쌈족발은 꾸준한 매출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가맹점도 오래 유지되는 편이다. 평균 가족점(가맹점) 운영 년수가 11.8년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 평균(약 7년)을 훨씬 웃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배달을 시작했지만 크게 활성화 된 시기는 코로나19 펜데믹 때다. 기존엔 약 20평대의 매장에서 홀 영업과 배달을 병행하는 중소형 매장이 많았다면,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배달 전문 익스프레스 매장이 늘면서 매출도 상승했다.

 

 조 팀장은 “가장 중요한 건 맛과 품질이다. 맛있어야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보쌈은 저렴한 외식 메뉴가 아니다. 그런데도 ‘보쌈’하면 ‘원할머니 보쌈’을 떠올리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는 건 오랜 세월 퀄리티를 유지해온 원할머니 보쌈만의 자부심이다.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1인 메뉴도 매출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조 팀장은 “3∼4만원 대의 가격 문턱을 낮추기 위해 저렴한 메뉴를 구성, 개발하고 꾸준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배달 앱에서 판매하고 있는 만원대 1인 메뉴도 효자 상품이다. 가맹점주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답했다.

 

 49년의 시간 동안 고객의 입맛도, 트렌드도 달라졌지만 원할머니 보쌈이 주목한 건 기후의 변화다. 조 팀장은 “기후가 바뀌면 식재료의 맛이 변한다”고 했다. 맛을 유지하기 위해 품질 TF팀을 자체 운영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가맹점에 주문을 넣어 품질 체크를 진행하고 있다.

 

 보쌈업계 1위를 달리는 브랜드이기에 부담도 크다. 소비자 조사 결과 ‘맛있다’, ‘만족한다’는 후기가 대부분이지만 ‘올드하다’는 평가도 있다. 조 팀장은 “젊은 층은 부모님을 따라 먹는 메뉴라는 인식이 있더라”며 “직접 선택하지 않는 부분을 두고 지속적 성장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할머니 보쌈 모델 가수 이찬원.(사진=원앤원 제공)

◆모델 이찬원·향수·콜키지…신개념 마케팅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하반기 가수 이찬원을 브랜드 모델로 발탁했다. 트로트 가수로 탄탄한 팬덤을 이끌고, 이젠 젊은 층도 선호하는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한 이찬원을 통해 영타깃을 조준 중이다. 유튜브를 통한 브랜드와 메뉴 노출, 유튜버와의 협업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도 힘쓴다. 이찬원과 함께 전개하는 ‘뽀 싸므 넘버원(Peau, Ça me No.1)’ 캠페인은 ‘보쌈’을 떠올리게 하는 프랑스어 ‘뽀 싸므’로 궁금증을 자극한다. TV 광고 말미 ‘원할머니 리미티드 에디션 향수’ 출시까지 예고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오랜만에 진행하는 광고 모델 기용에 콘셉트 고민도 많았다. 조 팀장은 “기존 화법대로 광고할 것인가 방향성을 고민하다 새롭게 접근해보자고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명품’, ‘명가’, ‘1등’ 등의 키워드를 활용하고자 탄생한 것이 ‘뽀 싸므 넘버원’이다. “돈육 기름을 떠올려 립글로스를 해볼까 뷰티 제품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답한 조 팀장은 “명품 광고 중에 가장 재밌는 게 향수 광고더라. 그 느낌을 살려보자 했다”고 말했다.

 

 흑백 영상으로 전통의 클래식함과 현대의 세련된 분위기를 녹였다. 발레와 음악을 감상하는 이찬원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보쌈과 김치의 이미지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티모시 샬라메가 나오는 ‘블루 드 샤넬’ 광고를 연상케 한다. 보쌈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향수가 의아할 법도 하지만 “보쌈에 들어가는 식재료로 구현한 향이다. 생강, 마늘, 후추 등 보쌈의 식재료가 대부분 향수에 쓰인다”면서 “생강을 메인으로 했고, 호불호 없는 우디향이다. 기대하셔도 좋다”고 자신했다. 

 

◆급변하는 트렌드…“고객 경험 중요”

 

 외관부터 레트로한 분위기를 풍기는 논현직영점은 원할머니 보쌈의 주점 버전 특화 매장이다. 메뉴구성도 타 매장과 차별화했고, 주류 메뉴도 다양하다. 국수·보쌈매장을 지난해 리모델링해 옛날 가정집 콘셉트로 꾸몄다. 목조 주택의 분위기를 내는 외형에 시대극에 들어온 듯한 내부 분위기는 특히 보쌈과 잘 어울린다. 보쌈에 전골 메뉴를 결합한 ‘할매카세’뿐 아니라 점심 메뉴로 보쌈을 곁들일 수 있는 원해장국 등을 판매한다. 샴페인, 와인, 하이볼과 위스키 등 다채로운 주류 메뉴도 판매하고 있다. 

 

 1975년 노포 매장에서 시작했기에 오리지널리티를 살린다. 그 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메뉴, 비주얼 등을 강조했다. 확실한 콘셉트 변화에 매출도 상승했다. 조 팀장은 “리모델링 전에 비해 젊은 연령대의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해당 매장에만 파는 메뉴의 인기뿐 아니라 콜키지 프리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도 많다”고 소개했다.

 

 내년 창사 50주년을 앞두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외식 트렌드 속에서 50년 가까이 롱런하고 있는 브랜드로서의 자부심도 강하다. 조 팀장은 최근 외식업계 최고 화두로 SNS를 꼽았다. 소위 핫한 브랜드의 경우 SNS상에서 이슈가 되고 유명세를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유튜브나 숏폼 플랫폼의 리뷰가 중요한 이유다.

 

 조 팀장은 “셀럽 위주에서 달라지고 있다. 지금은 일반인의 영향력이 커졌다”며 “대중은 맛과 비주얼, 공간의 이미지를 같이 경험하고 싶어 한다. 채널에 어떻게 보이고 이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고객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전파될 수 있도록 콘텐츠에 초점을 맞춘다. 전략마케팅팀도 젊고 실험적인 분위기를 강조한다. 조 팀장은 “전통에서 현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SNS를 창구로 과하지 않게, 원할머니 보쌈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고 바랐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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